[ 아시아경제 ] 미국·인도·일본·호주 4개국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 외교장관회의 공동성명에 ‘한반도 비핵화’ 표현이 담기지 않은 것으로 22일(현지시간) 확인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한 언급은 삼간 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과거 친분을 과시하는 듯한 발언을 이어가면서 대북정책 불확실성도 커졌다.
쿼드 외교장관들은 전날 열린 회의 후 공동성명에서 "장관들은 오늘 워싱턴에서 만나 법치주의·민주적 가치·주권·영토 보전을 지지하고 수호하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지역을 강화하겠다는 공동의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힘이나 강압으로 현상 변경을 시도하는 일방적 행위를 강력히 반대한다"며 중국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삼간 채 분명한 견제 기조를 암시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이나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전 쿼드회의와 정상급 외교장관 회의 결과에 빠짐없이 들어갔던 표현인 '한반도 비핵화'를 포함한 북한 관련 기술이 사라진 것이다. 전임 바이든 정부 때 나온 쿼드 공동성명이나 정상선언 등에는 한반도 비핵화를 포함해 북한 관련 언급이 자주 기술됐다.
이번 쿼드 회의는 미국의 외교 정책을 총괄하게 된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이 취임한 후 첫 일정으로 소화했다는 의미도 있다.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럼프 2기 첫 내각 인사로,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행보로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폭탄급'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임기를 시작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지칭했다.
역대 미 정부 당국자들이 '핵보유국'이라는 용어 사용을 자제해왔던 만큼 이례적이란 평가가 뒤따랐다. 미국 북한전문매체 NK뉴스는 "트럼프의 발언은 공식적인 정책 선언이라기보다는 즉흥적인 발언으로 보인다"면서도 "이는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으려 했던 워싱턴의 기존 입장에서 벗어나는 내용"이라고 짚었다.
앞서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지명자가 지난 14일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을 '핵보유국'이라고 칭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역대 미국 정부의 북한 비핵화 목표를 유지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이와 관련, 한국 외교부는 지난 15일 입장문을 통해 "북한 비핵화는 한미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일관되게 견지해온 원칙"이라며 "미 백악관도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확인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공식 석상에서 한국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으면서 한국이 미국의 외교 순위에서 밀리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커졌다. 지난 21일(현지시간) 저녁 군 관계자들을 위한 무도회서 주한미군 캠프 험프리스 소속 군인들과 화상 통화를 하고 격려했을 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화상통화 연결을 시도하면서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어떤가"라며 농담을 던지거나 "나는 그(김정은)와 좋은 관계를 쌓았지만, 그는 '만만치 않은 상대(tough cookie)'다"고 말하기도 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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