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이탈리아에서 거짓으로 주변에 임신을 알린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아들을 낳았다는 발표까지 한 부부가 산부인과에서 신생아를 납치했다가 붙잡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22일(현지시간) 안사(ANSA) 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이탈리아 남부 도시 코센차에 있는 산부인과 병원에서 생후 하루 된 여자 아기가 납치됐다. 경찰의 신속한 대응으로 아기는 납치된 지 4시간 만에 무사히 부모의 품으로 돌아갔다.
납치범은 이 지역 출신인 로사 베스파(51)와 세네갈 출신의 남편 아쿠아 모세스(43)로 밝혀졌다. 이들이 납치 행각을 벌인 것은 거짓말 때문이었다. 두 사람은 지난 9개월 동안 주변 사람들에게 임신했다는 거짓말을 해왔으며, 아내는 임신부 행세를 했다. 지난 8일에는 SNS를 통해 아들을 낳았다는 발표까지 했다. 아이를 보고 싶어 하는 지인들에게는 "아이가 검사를 받느라 병원에 있다"고 둘러댔다.
이들은 결국 다른 사람의 아기를 납치해 자신들의 아이로 꾸미려는 계획을 세웠다. 베스파는 병원에 들어가 간호사로 위장한 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의사 진찰을 이유로 아기를 데려갔다. 베스파가 남자 아기가 아닌 여자 아기를 데려오자 두 사람이 말다툼을 벌이는 모습도 병원 내부 폐쇄회로(CC)TV 영상에 담겼다.
이후 아기의 어머니와 할머니는 한참이 지나도록 아기가 돌아오지 않자 경찰에 신고했다. 신생아의 실종 소식에 경찰은 대대적인 수색에 나섰고, CCTV 영상 분석 등을 통해 범행에 사용된 차량과 용의자의 얼굴을 파악한 뒤 몇 시간 만에 부부의 자택으로 출동했다.
경찰이 도착했을 때 이들의 집에서는 아기의 탄생을 축하하는 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납치된 아기는 남자 아기의 옷을 입고 있었고, 방은 남자 아기를 상징하는 파란색으로 꾸며져 있었다. 현지 매체는 파티에 참석한 지인들과 가족들은 아기가 납치된 아이라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전했다.
아기를 되찾은 엄마는 "아기가 무사해서 다행"이라며 "어젯밤 우리 가족은 죽다가 다시 살아났다"고 말했다. 또 "우리 아기를 찾기 위해 도시 전체, 아니 지역 전체가 도와줬다. 이 경험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며 "우리를 지지해 주고 힘을 준 모든 분에게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이날 신생아를 무사히 구출한 경찰관들에 대해 "대단한 일을 해냈다"며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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