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러시아로 파병된 북한군이 우크라이나군에게 생포되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손에 쥔 소시지를 내려놓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영자 매체인 유로마이단프레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 제95공수여단 낙하산병들은 북한군 생포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을 공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제95공수여단 소속 낙하산병인 파블로는 생포된 북한 병사 중 한 명은 총구 앞에서도 손에 든 소시지를 내려놓길 거부했다고 밝혔다. 파블로는 "우리 군이 다가갔을 때 그(북한 병사)는 우크라이나어, 러시아어, 영어에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그들과 의사소통하기 위해 몸짓을 사용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북한 병사)는 방탄복에 수류탄과 칼을 달고 있었는데, (항복하듯) 그것을 바닥에 내려놓고 있다는 몸짓을 보여줬다"며 "주머니에서는 붉은 무언가를 꺼냈는데, 처음에는 라이터라고 생각했지만 소시지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북한군 병사는 몸짓으로 소시지를 먹겠다는 뜻을 내비쳤고 우리 군은 그것을 허락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상황은 북한 내 극심한 경제난과 식량 부족이 일부 군인들의 파병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을 뒷받침한다. 지난해 11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 군인들이 이른바 총알받이로 전락할 위험에도 불구하고 세뇌된 충성심과 굶주림 때문에 기꺼이 파병에 자원할 가능성이 크다"고 짚기도 했다. 2019년 탈북한 군인 출신 탈북자 유성현씨(28)는 러시아 파병 명령을 받았다면 오히려 감사해하며 명령을 따랐을 것이라며 "나 역시 북한군에 몸담던 시절에 이번에 러시아에 파병된 많은 북한 병사들과 마찬가지로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했다"고 WSJ에 전했다.
한편 우크라이나는 지난 11일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북한 군인 2명을 생포했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에 북한군 포로 신문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영상에서 생포된 북한군 2명 중 1명은 자신이 파병된 사실은 물론 파병지도 모른 상태로 러시아로 왔다고 증언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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