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일론 머스크가 백악관에서 나치 경례를 했다니, 믿을 수 없다'(미국 커뮤니티 '레딧' 게시글)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만큼이나 화제가 된 인물이 있다. 각종 구설수에 오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다. 그는 지난 2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서 '나치 독일' 시대 경례를 연상케 하는 듯한 과장된 인사 동작으로 논란을 빚었다. 여기에 머스크는 트럼프 대통령의 민간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와 관련해 "그들은 돈이 없다"며 찬물을 끼얹으며 자폭했다. 시장에선 이해할 수 없는 머스크의 행보에 트럼프의 '퍼스트 버디(1호 친구)'가 맞는가에 대한 의구심까지 제기됐다.
문제가 된 동작은 머스크가 지난 2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서 선보인 경례다. 그는 오른손을 가슴에 얹은 뒤 손바닥을 아래로 향한 채 팔을 대각선으로 올리는 동작을 두 번 했다. 곧바로 독일의 나치, 이탈리아의 파시스트가 사용한 경례 동작과 흡사하다는 의혹이 쏟아졌다.
미국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인 '레딧'에서는 즉각 비판적인 여론이 형성됐다. '히틀러 경례', '나치 경례' 등의 제목이 담긴 게시글들에는 수천개에 달하는 댓글이 달렸다. 사람들은 머스크의 '움짤(움직이는 이미지)'을 공유하며 활발한 토론을 벌였다. 최다 '좋아요'를 받은 댓글 중에는 '마틴 루터킹 데이에(On MLK day)'도 있었다. 마틴 루터 킹 데이는 매년 1월 셋째 월요일로 올해는 공교롭게도 트럼프 취임식이 열린 1월 20일(현지시간)이었다. 이는 미 연방 공휴일로, 일생을 인종차별 반대 운동에 바친 미국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2세를 기리는 기념일이다.
머스크는 곧장 반격에 나섰다. 그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등이 한쪽 팔을 대각선으로 치켜올린 사진이 담긴 다른 이용자의 게시물을 올리며 "주류 언론은 완전히 선동이고 여러분이 이제 언론"이라고 썼다. 비슷한 동작을 한 민주당 인사는 문제 삼지 않고 자신만 표적 삼는다는 주장티다. 머스크는 "흠집 내기를 하려면 더 잘해야 한다. '모두가 히틀러'라는 식의 공격은 너무 식상하다"는 게시물도 올렸다.
머스크를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연결시켜준 것으로 알려진 안드레아 스트로파는 "로마식 경례로 시작하는 로마 제국이 돌아왔다"는 게시물을 올렸다가 삭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마식 경례는 나치 경례와 비슷한 동작이다. 파시스트 베니토 무솔리니의 독재 시절에 이탈리아에서 많이 쓰이던 인사다. 반유대주의 저지 단체인 명예훼손반대연합은 "머스크가 열광의 순간에 어색한 제스처를 한 것 같고 나치 경례는 아니다"라는 게시물을 올렸다고 영국 BBC방송은 전했다.
머스크는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민간 기업의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 계획에 대해 "돈이 없다"며 딴지를 걸기도 했다. 머스크 CEO는 22일(현지시간) 엑스를 통해 "소프트뱅크가 확보한 금액은 100억달러 미만이다. 확실한 출처를 통해 파악했다"며 돈이 없다고 저격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오픈AI, 오라클, 일본 소프트뱅크와 최대 5000억달러(약 718조원)가 투입되는 AI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들 3사는 합작사 '스타게이트'를 설립해 데이터 센터 등 미국 내 AI 인프라 구축에 나서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AI 인프라 프로젝트"라며 치켜세웠지만, 최측근 실세인 머스크 CEO가 불과 하루 만에 사업에 대한 의구심을 내비친 것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머스크 CEO의 주장에 즉각 반박했다. 그는 머스크 CEO의 글에 댓글을 달고 "당신도 확실히 알다시피 틀렸다"며 "사업이 이미 진행 중인 장소에 방문하길 원하냐"고 썼다. 이어 "이는 국가에 매우 좋은 일"이라며 "국가에 좋은 일이 당신의 회사에 최선은 아니지만, 당신의 새로운 역할이 미국을 최우선에 두는 것이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미국 경제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가 AI 인프라 프로젝트를 발표한 지 몇시간 만에 머스크가 합작 사업의 순조로운 출발에 공개적인 의문을 표시했다"며 "머스크가 트럼프가 지지하는 스타게이트 AI 프로젝트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전했다. 이어 "트럼프가 정부 지출 삭감, 연방 관료제 간소화 업무를 맡긴 억만장자 머스크와 신임 대통령 사이의 때때로 어색하고 불편한 역학관계를 보여준다"며 "그들은 트럼프가 취임한 이후에도 머스크가 온라인에서 정제되지 않은 발언을 줄이지 않을 것이란 신호를 보냈다"고 짚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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