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을 상대로 관세를 부과해 시장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관세가 경제 성장을 저해하고 인플레이션이 반등할 수 있는 데다 관세 확대로 무역 전쟁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행정명령을 통해 4일(현지시간)부터 멕시코와 캐나다산 수입품에 25%, 중국산 수입품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해당 국가들은 즉각 반발했다. 캐나다는 미국산 수입품에 보복 관세 계획을 발표했으며 멕시코는 3일 관세 대응 방안을 자세히 밝히겠다고 예고했다. 중국도 대응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관련, 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서 "(관세 부과에 따른) 고통이 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 것이며 이 모든 것이 대가를 치러야 할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전 한때 달러·캐나다 달러 환율은 1.4755 캐나다 달러에 도달해 2003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달러·멕시코 페소 환율은 21.2116선에서 움직이며 2022년 7월 이후 처음으로 21페소 선을 돌파했다. 캐나다 달러와 멕시코 페소 가치가 급격히 하락한 것이다. 위안화 환율은 2023년 9월 이후 달러 대비 가장 약세를 보였다.
백악관이 아직 관세 관련 세부 사항을 모두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들 3개국과 무역 전쟁이 본격 발발하면 미국 기업의 이익에 타격을 주고, 물가가 다시 튀어 오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미국의 금리 인하가 지연되며 캐나다 달러와 중국 위안은 약화된다. JP모건은 지난달 31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이 멕시코에 25% 관세를 부과하면 멕시코 페소가 약 12%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야후 파이낸스는 월가에서 관세 부과에 따른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며 이코노미스트와 전략가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관세 부과에 따른 ‘고통’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마크 말렉 시버트 파이낸셜 최고투자책임자는 "시장이 관세에 반응할 것"이라며 "지금까지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편이었지만 상황이 바뀔 수 있다. 시장이 처음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도전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모건스탠리 공공정책 연구팀은 향후 3~4개월간 미국 인플레이션이 기준선 대비 0.3~0.6% 상승할 수 있다고 봤다. 또 향후 3~4분기 동안 미국의 성장률이 기준선 대비 0.7~1.1%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에버코어ISI는 "해외 국가들이 미국 수출을 줄이고 투자 감소와 고용 감소가 발생하며 미국 경제 성장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올 하반기 인플레이션이 40bp(1bp=0.01%포인트) 상승하고 경제성장률이 40bp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날 클라스 노트 유럽중앙은행(ECB) 정책위원 겸 네덜란드 중앙은행 총재는 네덜란드 TV프로그램 부이텐호프와의 인터뷰에서 관세 부과가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골드만삭스는 경제적 피해와 마약 펜타닐 유입 억제 등 조건을 고려하면 관세 부과가 일시적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4일 행정명령 발효 직전 트럼프 대통령과 이들 국가가 타협할 여지도 있다고 밝혔다.
시장은 관세가 유럽 등 다른 국가로 확대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유럽연합(EU) 관세에 대해 "시간표가 있다고 말하진 않겠지만 곧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르첼 알렉산드로비치 솔트마시 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EU가 표적이 되는 건 시간 문제"라며 "그 와중에 캐나다가 미국 상품에 관세를 부과한다는 사실은 앞으로 다가올 일들의 신호이며 글로벌 무역의 위험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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