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멕시코·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를 결정한 가운데 미국 기업과 소비자 사이에서 '사재기' 현상이 일고 있다. 관세로 인한 수입 물가 상승이 예상되면서 미리 각종 물품을 비축해 놓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해 11월부터 월마트 등 대형 소매점에서는 재고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트럼프가 줄곧 수입품 관세 부과를 주장해온 영향이다. 트럼프 당시 당선인은 선거 유세 과정에서 국내 제조업을 활성화하고 무역 적자를 줄이기 위해 모든 수입품에 10~20%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수입품에는 60%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언했다. 대선 승리 이후에도 캐나다와 멕시코산 수입품에는 25%의 관세를,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의 연합체인 브릭스(BRICS) 회원국들에는 달러 패권에 도전하면 1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그런데 트럼프의 ‘관세 폭탄’이 엄포가 아니라 현실이 되면서 사재기에 더욱 속도가 붙고 있다. 2일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에 따르면 유통업체 월마트, 스포츠 브랜드 컬럼비아, 전자기기 제조업체 레노버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많은 기업이 재고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로 인해 물류 창고마다 미리 쟁여놓은 태양광 패널, 리튬 배터리 등 물품이 쌓이는 모습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대선 이후 삼성 냉난방기, LG TV, 밀레 진공청소기 등 최신 가전제품에 1만2000달러(약 1759만원) 이상을 지출했다”는 소프트웨어 업체 직원의 인터뷰를 전했다. 소매업체들 역시 “지금이 가장 쌀 때이기 때문에 관세로 가격이 오르기 전에 구매하라”며 사실상 사재기를 부추기고 있다. 실제로 4일 예정대로 관세가 시행된다면 몇 달 전부터 발 빠르게 사재기에 나섰던 이들이 이득을 볼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관세 인상 국면이 장기화할수록 소비자들은 물론 미국 경제 전반에 부담도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CNBC는 “재고를 쌓아놓기 위한 기업들의 창고 보관 비용은 결국 소비자 가격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ABC는 “많은 회사가 트럼프의 행동을 예상하고 관세를 피하기 위해 수입품을 비축했다”면서 “재고가 감소하기 시작하면 소비자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보도했다. 투자은행 ING도 트럼프 행정부의 보편관세 조치로 미국 국민들이 보는 이득보다 손실이 더 클 것으로 내다봤다. 블룸버그통신은 최악의 경우 미국 국민 1인당 835달러(약 123만원)의 경제적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서지영 인턴기자 zo2zo2zo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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