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가 3일(현지시간)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던진 '관세 폭탄'으로 급락 출발한 뉴욕증시는 이날 오전 미국이 멕시코에 대한 관세 조치를 한 달 유예하기로 하면서 낙폭을 크게 줄였다. 다만 관세 불확실성이 지속되며 반등에는 실패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 확산으로 미 달러화 가치와 국채 가격은 장기물 중심으로 상승세다.
이날 뉴욕 주식시장에서 블루칩 중심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다우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22.75포인트(0.28%) 내린 4만4421.91에 장을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45.96포인트(0.76%) 떨어진 5994.57,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35.49포인트(1.2%) 미끄러진 1만9391.96에 거래를 마쳤다.
종목별로는 멕시코에 생산기지를 둔 자동차주가 약세를 나타냈다. 제너럴모터스(GM)는 3.15%, 포드는 1.75% 하락했다. 자동차 부품사인 앱티브와 자동차 래핑 등 제조사인 에이버리 데니슨은 각각 2.79%, 1.23% 내렸다. 엔진 제조사인 커민스도 2.26% 떨어졌다. 멕시코에서 주류를 수입하는 컨스털레이션 브랜즈는 3.53% 하락했다.
뉴욕증시는 이날 급락 출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4일 자정부터 캐나다·멕시코산 모든 수입품에 관세 25%, 중국산 모든 수입품에 기존 관세에 더해 추가 관세 10%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지난 1일 서명한 여파다. 3국은 즉각 보복 대응을 예고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유럽연합(EU) 제품에도 곧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혀 관세 전쟁 전선 확대를 예고했다. 글로벌 무역 전쟁이 점화되며 공급 쇼크발(發)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에 위험자산 투자심리가 급격히 악화됐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4일 관세 조치 발효를 하루 앞두고 이날 오전 멕시코에 대한 관세 조치를 한 달 유예한다고 밝히면서 투자자들의 공포 심리가 다소 가라앉았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이날 국경에 군대 1만명을 파견해 펜타닐과 불법이민 단속에 나서기로 약속한 데 따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도 이날 오전에 이어 오후 3시에도 통화하며 막판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중국과도 "아마 24시간 안에 대화할 것"이라고 밝혀 협상 여지를 남겨 뒀다. 이에 증시는 전면적인 무역 전쟁을 피할 수 있다는 기대감 속에 낙폭을 줄였다. 다만 관세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지수 반등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카드가 '협상 도구'이며 투자자들이 과잉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견해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매쿼리의 티어리 위즈먼 글로벌 외환·금리 전략가는 "우리는 미국이 동맹에 영구적인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문제를 더 쉽게 다루는 방법은 양보이고, 그는 거래를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G 스퀘어 자산관리의 빅토리아 그린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금은 매우 유동적인 상황"이라며 "우리의 기본 시나리오는 지금 상황이 매우 일시적이고 양보를 통해 희석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우리는 향후 진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며 "기업 실적, 미국 달러, 인플레이션에 미칠 영향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조치 전개 상황을 평가하며 이번 주 예정된 주요 이벤트를 주목하고 있다. 4일에는 구글 모회사 알파벳, 오는 6일에는 아마존이 실적을 공개한다. 미 노동시장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노동부의 1월 고용 보고서는 7일 나온다. 시장에선 지난달 비농업 신규 고용이 15만4000건 증가해 직전월(25만6000건) 대비 크게 감소했을 것으로 예상한다. 실업률은 4.1%로 직전월 수준을 유지했을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조치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대되면서 미 달러화와 국채 가격은 장기물 중심으로 상승하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전 거래일보다 0.52% 오른 108.78을 기록 중이다. 채권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 금리는 약세다. 글로벌 채권 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3bp(1bp=0.01%포인트) 하락한 4.53%를 기록하고 있다. 다만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일 대비 1bp 오른 4.245% 선에서 움직이는 중이다.
뉴욕(미국)=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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