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를 무기로 멕시코와 캐나다에 펜타닐·불법이주민 차단 강화 약속을 받아냈다. 통상 전문가들은 "관세 위협으로 하나씩 얻어 내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이 통하고 있다"며 한국도 수입 확대와 주한미국 방위비 분담금 인상 등 미국의 요구를 일정부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우려했다.
4일 강인수 숙명여대 교수는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트럼프의 관세가 단순한 블러핑(엄포)이 아니라 실질적인 위협이라는 것을 이번 사례로 전 세계에 보여준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불법 이민과 마약 문제가 한 달 만에 해소될 순 없기 때문에 캐나다와 멕시코가 트럼프의 말을 얼마나 잘 듣는지 지켜보자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에 대한 25% 관세 부과 시행을 하루 앞둔 3일(현지시간) 이를 한 달간 전격 유예키로 했다. 캐나다와 멕시코가 펜타닐·불법 이민 차단을 위한 국경 강화 등을 약속한 데 따른 것이다.
김혁중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 유럽팀 부연구위원은 "앞서 트럼프 1기 때도 멕시코에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가 멕시코가 불법 이민 단속을 위해 국가 전역에 군인을 배치하기로 하는 등의 조치를 하자 이를 철회했었다"며 "하지만 이번엔 바로 철회하지 않고 유예한 것은 이들 국가로부터 더 받아내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국도 안심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머니머신(현금 인출기)', 즉 부자 나라로 지목한 만큼 조만간 트럼프발 청구서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지난해 미국 전체 수출액은 1278억달러로 전년 대비 10.4%, 수입액은 721억달러로 1.2% 늘었다. 수출이 수입보다 더 많이 증가하면서 무역흑자 규모는 557억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국 입장에선 한국과의 무역에서 550억달러가 넘는 적자를 본 셈이다.
한국은 미국과의 무역수지 균형을 맞추기 위해 미국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수입을 늘리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김 부연구위원은 "2017년 한국이 수입한 원유·LNG 중 미국산 비중은 1%에 불과했지만, 트럼프 1기 시절인 2018년 이 비중이 7.7%로, 지난해에는 14.4%로 늘었다"며 "이를 30% 수준으로 확대하는 경우 대(對)미국 무역흑자 규모가 200억달러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한국가스공사와 일부 발전 공기업은 미국 LNG 도입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LNG의 경우 장기물량과 단기·초단기(스팟)물량 비중이 8대 2 정도인데 스팟은 불확실성이 커 미국산 LNG 수입을 늘리려면 장기계약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이 확정돼야 LNG 도입물량의 바탕이 되는 천연가스 수급계획을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무역수지 불균형 해소 외에도 미국에 대한 투자 확대와 방위비 증액 요구에도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강 교수는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 내용을 보면 한국이 미국에 반도체와 이차전지 자동차 등에 대해 투자를 하면서 제품 생산을 위한 부품과 소재 등 중간재를 한국에서 가져다 쓴 영향도 크다"며 "한국 입장에선 투자와 수출이 맞물려 있기 때문에 이를 중심으로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 교수는 방위비 증액은 불가피할 것으로 봤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10배 증액은 어렵지만 일정 부분 수용할 수밖에 없다"며 "주한미군의 핵심 전력은 제외한 채 규모를 축소해 방위비를 줄이는 방법도 협상의 카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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