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2025년은 한국과 일본이 국교를 정상화한 지 60주년이 되는 해다. 이를 기념하는 공연들이 연초부터 잇따라 열린다.
국립극장은 오는 8일 해오름극장에서 일본 신국립극장의 오페라 '투란도트'를 상영한다. 주인공 칼라프의 아리아 '아무도 잠들지 말라(Nessun dorma)'로 유명한 투란도트는 이탈리아 작곡가 자코모 푸치니의 대표작이다. 일본 신국립극장의 투란도트는 오노 가즈시가 지휘하고 알렉스 올레가 연출을 맡았다.
국립극장은 지난해 11월 일본 신국립극장과 한일 문화교류 촉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일본 신국립극장은 일본에서 유일하게 현대공연예술 진흥을 위해 설립된 국립극장으로 도쿄 시부야구에 1997년 개관했다.
올해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해 공연실황 영상 교류 상영회를 개최한다. 오는 8월28일에는 도쿄 신국립극장 중극장에서 국립무용단의 대표작 '2022 무용극 호동'과 '몽유도원무'가 연속 상영될 예정이다.
국립극단은 한일연극교류협의회와 함께 오는 21일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제12회 현대일본희곡 낭독공연'을 선보인다. 현재 일본 연극계에서 주목받는 작가들의 대표작 두 편을 엄선해 한국 연출가와 배우들이 낭독극으로 공연한다.
무대에 오를 두 편은 집단주의 속 인간 개인의 몰개성화와 무가치성을 말하는 마쓰이 슈(松井周)의 '지하실(번역 이홍이)'과 독특한 세계관에서 드러나는 부조리를 그려낸 기타무라 소(北村想)의 '호기우타(번역 김유빈)'다.
마쓰이 슈는 1996년 배우로 데뷔한 이후 극작과 연출을 병행하고 있다. 제9회 일본극작가협회 신인희곡상, 제55회 기시다 구니오 희곡상 등을 받았고 2010년에는 뉴욕타임스에서 발표한 "일본에서 가장 중요한 연출가 중 1인"으로 소개됐다. 괴기스러울 정도로 기형적인 삶을 일상적인 대화극으로 구성하는 극적 전개로 공동체 안에서 필요에 따라 소비되고 버려지는 개인의 모습을 주로 그려왔다. <지하실>은 도쿄의 외딴곳, 건강식품을 판매하는 가게를 배경으로 점장이 그의 아들 '모리오'를 이용해 공동체를 신성화하고 존속시키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다. 21일 오후 7시30분, 22일 오후 14시에 2회 공연될 예정이다.
기타무라 소는 기시다구니오희곡상, 나고야시예술상, 기노쿠야연극상, 쓰루야남보쿠희곡상 등을 받은 일본 대표 극작가이자 연출가로 희곡뿐만 아니라 영화 시나리오, 소설, 수필 등 왕성한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호기우타'는 기타무라 소가 1979년 극작해 자신의 이름을 알린 작품이다. 핵전쟁 이후 세계를 배경으로 무의미하지만 보편적인 인간의 모습을 추상적이고 상징적으로 그린다. 피폐해진 자연과 황량한 거리를 지나 어떤 곳을 향해 가는 두 사람, '쿄코'와 '게사쿠'는 수수께끼의 인물을 만나 동행하게 된다. 절망과 희망, 허무함과 밝음이 공존하는 부조리극으로 등장인물들의 목적지가 명확해진 순간, 극 속 세상은 빙하기를 맞이한다. 공연은 22일 오후 6시와 23일 오후 2시에 두 차례 예정돼 있다.
KBS교향악단은 도쿄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합동 공연으로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한다.
내달 2일 오후 2시 일본 도쿄 오페라시티 콘서트홀에서, 이튿날인 3일 오후 7시30분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공연이 있을 예정이다. 두 공연 모두 정명훈 씨가 지휘봉을 잡는다. 정명훈은 2000년 도쿄필의 예술고문직을 맡으면서 오랜 인연을 이어왔다. 당시 도쿄필의 새로운 이사장으로 부임한 오가 노리오 소니 회장이 정명훈을 음악감독으로 추천했으나 당시 정명훈은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와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어 음악감독 대신 예술고문직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필은 2016년 정명훈 지휘자를 첫 외국인 명예음악감독으로 임명했다.
정명훈은 두 차례 합동 공연에서 모차르트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10번'과 말러의 교향곡 1번 '거인'을 지휘한다. 2017년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한 선우예권이 일본의 여성 피아니스트 이가라시 카오루코와 모차르트의 협주곡을 협연한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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