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유럽에서 테슬라의 차량 판매량이 급감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영국과 독일 등 유럽 지역 정치에 개입한 것이 반발을 불러일으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주요 외신은 독일 연방 자동차운송청 자료를 인용해 1월 독일 내 테슬라 차량 판매가 1277대에 그쳐 전년 동월 대비 59.5% 급감했다고 보도했다. 독일은 유럽에서 유일하게 테슬라 제조 공장이 있는 나라다.
같은 기간 프랑스에서는 1141대의 테슬라 차량이 신규 등록됐다. 이 역시 1년 전보다 63.4% 감소한 것이다. 이외에도 스웨덴(-44.3%), 노르웨이(-37.9%), 영국(-7.8%)에서 테슬라 차량 신규 등록이 1년 전보다 줄었다.
독일과 프랑스에선 지난해 정부의 보조금 축소로 전기차 수요 자체가 줄었다가 최근 회복하는 추세다. 그런데도 테슬라 차량의 판매량은 후퇴한 것이다. 실례로 독일 전기차 시장은 올해 1월 전년 동기대비 50% 성장했다. 하지만 테슬라의 시장 점유율은 14%에서 4%로 확 줄었다.
이를 두고 티아스 슈미트 자동차 애널리스트는 독일에서 테슬라의 판매 감소 요인 중 하나는 소비자들이 올해 상반기로 예정된 신형 모델Y 차량 출시를 기다리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독일 소비자의 반발을 원인으로 꼽는 시각도 있다. 머스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떠오른 뒤 정치적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유럽 극우 정당들을 지지했기 때문이다.
앞서 머스크 CEO는 오는 23일 독일 조기 총선을 앞두고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그는 지난해 말 독일 주간지인 벨트 암 존탁에 기고한 칼럼에서 “AfD를 극우 정당으로 분류하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며 “AfD가 독일의 마지막 희망의 불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달엔 엑스(X·옛 트위터)에서 알리스 바이델 AfD 공동대표와 대담도 진행했다. 일련의 과정에서 머스크 CEO는 독일에 대규모 이민자 추방을 직접 요구하거나, 나치 시대의 슬로건을 사용해 독일과 주변 국가 국민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테슬라 차량 소유주에 대한 시선도 곱지 않다. 이에 운전자들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머스크 CEO를 비판·비난하는 스티커를 차량에 부착하고 있다. 독일 남서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의 한 기업가는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테슬라 차량 소유자들이 차에 붙일 수 있도록 스티커를 제작했다. '머스크가 미치기 전에 이 차를 샀어요'라는 내용"이라면서 "스티커 주문이 주말에만 2000건 나오는 등 빗발쳤다"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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