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열린 첫 미·일 정상회담에서 1조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 국방비 증액, 미국 투자 증대 등을 통해 미국과의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며 "미·일 동맹 황금시대를 열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100% 안보 억제력 제공을 약속하면서도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불허, 관세 부과 가능성을 열어 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이시바 총리와의 미·일 정상회담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회담 성과를 공유했다.
이시바 총리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두 번째로 만나는 해외 정상이어서 큰 주목을 받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무역 불균형 해소, 국방비 증액 압박 등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시바 총리는 선제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역·안보 등에 있어 선물을 안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이 2027년까지 국방비를 내 첫 임기 때보다 두 배 늘리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지출 규모 확대를 꾸준히 압박해 왔는데 일본이 이를 선제적으로 수용하고 나선 것이다.
일본은 미국산 에너지 수입과 대미 투자 확대도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이 곧 기록적인 규모의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시작할 것"이라며 "알래스카의 석유·가스와 관련해 일본과 미국간 합작투자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같은 조치가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 개선에 기여할 것이란 기대도 밝혔다.
이시바 총리는 일본의 대미 투자 규모를 1조달러로 대폭 늘리고 인공지능(AI)·반도체 등 첨단기술 산업에서도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설명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시바 총리가 들고 온 선물 보따리에 흡족해 하면서도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불허를 못박고 무역 불균형을 문제 삼아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그는 일본제철이 "US스틸에 매우 흥미로운 일을 할 것"이라며 "인수보다는 투자를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 주 일본제철 대표와 회동해 "중재와 조정"에 나서겠다고도 했다.
앞서 일본제철은 2023년 12월 US스틸을 150억달러에 인수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정치권과 노조의 반발에 부딪혔다. 조 바이든 전 행정부는 지난달 국가 안보를 이유로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불허 결정을 내렸고,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인수 불허 방침을 못박았다. 이시바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 일본의 기술이 미국 철강 공장에 제공되고, 상호 이익이 되는 투자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시바 총리에게 대일 무역적자를 줄이고 싶다며 관세 조치 없이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 주 상호무역에 대해 발표할 것"이라며 여러 국가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 계획을 밝혔다. 상호관세는 외국이 미국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관세와 동일한 세율을 미국도 해외 수입품에 부과하는 내용이 골자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렇게 해야 우리는 다른 나라들과 동등하게 대우받을 수 있다. 우리는 더 많이 또는 더 적게 대우받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관세를 부과할 경우 보복에 나설 것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가정적 질문에 답변할 수 없다. 그것이 공식 입장"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주 좋은 답변이다. 그는 자신이 뭘 하는지 알고 있다"고 말한 뒤 기자회견을 끝냈다.
뉴욕(미국)=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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