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영국에서 동물보호단체가 바닷가재를 산 채로 삶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영국은 2021년 갑각류가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존재임을 인정한 바 있다.
6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은 이날 오전 RSPCA(영국왕립동물학대방지협회)를 포함한 과학자와 법률가, 자선단체 등이 영국 정부에 바닷가재와 게 등을 산 채로 삶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게와 바닷가재를 포함한 살아 있는 십각류와 갑각류를 끓이는 것은 영국 법에 따라 불법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영국은 2021년부터 갑각류가 지각이 있는 존재임을 인정했다. 현재 지각법은 ‘바닷가재, 문어, 게 및 기타 모든 십각류·갑각류’가 지각이 있는 존재라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산 채로 삶는 것을 전면 금지하는 조치는 시행하지 않고 있다. 이들이 지각이 있는 무척추동물임에도 이들을 죽이는 방법에는 제한이 없다.
과학자들은 게와 바닷가재 등을 산 채로 끓이면 의식을 잃을 때까지 몇 분 동안 극심한 고통을 겪게 된다고 말한다. 예테보리 대학의 린 스네든 교수는 자신의 연구를 통해 압력과 화학적 화상을 포함한 고통스러운 자극이 실제로 게의 뇌에서 처리된다는 것을 보여준 바 있다.
런던정치경제대학(LSE) 과학자들도 갑각류 등의 지각 능력을 측정한 연구 300여건을 검토한 결과 “갑각류와 두족류는 다른 무척추동물과 달리 복잡한 중추신경계를 가졌고, 이는 지각 있는 존재의 주요 특징 중 하나”고 결론지었다. 이들은 사전에 기절시키지 않고 살아 있는 채로 십각류나 갑각류를 끓이는 것은 비인도적인 방법이며, 죽기까지 2분 이상이 걸린다고 밝혔다.
스네든 교수는 “과학이 증명한 것처럼 이제는 십각류·갑각류를 지각이 있는 존재로 취급해 이들에 대한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에 서한을 보낸 단체는 여론도 금지 쪽으로 기울어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는 영국 국민의 61%가 “갑각류 등을 산 채로 끓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동물을 산 채로 삶는 비인도적인 행위를 끝내야 할 시기는 이미 지났다”며 “영국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단호한 조처를 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단체는 이를 불법으로 규정하지 않을 경우 법적 대응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이다.
스위스의 경우 2018년 동물보호법을 개정해 살아있는 바닷가재를 그대로 요리하는 방식을 금지했다. 이에 따르면 식당에서 바닷가재를 요리할 땐 전기로 기절시키거나 기계적으로 뇌를 파괴한 뒤 삶아야 한다. 노르웨이와 뉴질랜드 등도 살아 있는 갑각류의 요리를 금지했다.
국내에서는 현행 동물보호법은 갑각류와 두족류 같은 무척추동물을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신경체계가 발달한 척추동물’로만 보호해야 할 동물을 한정한 상태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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