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25% 관세폭탄을 예고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 1기 시행한 철강 관세 조치로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가 최대 7만5000개 사라진 것으로 분석됐다. 건설·자동차 등 제조업계는 철강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인상으로 연평균 생산이 34억달러(약 4조9000억원) 감소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번 철강 관세폭탄이 다른 제조업 피해로 전이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1기 때와 마찬가지로 철강 관세 시행 전 국가별로 협상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10일(현지시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와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조세 재단 보고서를 종합하면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조치가 자국 철강 산업은 보호했지만 미국 제조업 전반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트럼프 1기는 2018년 3월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국가 안보를 이유로 철강 제품에 25%, 알루미늄 제품에 10% 관세를 부과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관세 조치 후 2018~2021년 미국 내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품 가격은 각각 22.7%, 8% 뛰었다. 관세장벽에 부딪혀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이 24%, 31.1%씩 급감한 여파다. 미국 내 전체적인 철강, 알루미늄 가격은 각각 2.4%, 1.6% 상승했다.
이는 철강·알루미늄을 원자재로 사용하는 제조업체들의 피해로 전이됐다. 제조업계가 원가 부담 가중으로 생산 감소를 겪은 것이다. 2018~2021년 생산 감소 규모는 연 평균 34억달러로 추산됐다. 미국 철강 소비의 각각 47%, 25%를 담당하는 건설과 자동차 업계의 타격이 가장 컸고 항공, 가전업계의 수익성도 악화됐다. 이로 인해 철강·알루미늄 활용 산업을 중심으로 미국 제조업 일자리는 최대 7만5000개 사라진 것으로 추산됐다.
트럼프 1기의 관세 조치로 철강업계는 보호무역 효과를 누렸다. PIIE 추산에 따르면 철강 산업에서 87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됐다. 하지만 신규 일자리 창출 비용은 1개당 무려 65만달러(약 9억4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PIIE는 트럼프 1기의 관세 조치로 2018년 철강업계 수입은 24억달러(약 3조5000억원) 증가했지만 제조업계의 비용은 56억달러(약 8조1000억원)나 불어났다고 지적했다.
조세재단은 "철강·알루미늄 관세는 국가 안보 우려 해결을 위해 도입됐지만 미국 산업과 소비자에 의도치 않게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며 "관세가 수입품에 대한 세금 역할을 하면서 생산비용을 상승시킨 만큼 미국 경제와 고용 창출을 위해 철강 232조 관세를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목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1기 때보다 더 높은 관세장벽을 쌓으려는 데 있다. 그는 전날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1기에서는 각각 25%, 10%를 부과했는데 이번엔 세율을 더 높이겠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는 기존 관세에 추가된다는 게 백악관의 설명이다. 이번 철강 관세 조치가 계획대로 시행될 경우 미국 제조업 피해가 트럼프 1기 때 보다 더 커질 수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철강 관세 조치가 제조업 피해로 전이되고 고용 감소,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 경고가 나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국가별로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앞서 그는 지난달 1일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들어 오는 모든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가 발효 하루를 앞두고 시행을 한 달간 전격 유예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도 철강 관세 조치 발표 후 한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에 추가 협상을 통해 철강 관세를 면제하는 대신 수출 물량을 제한하는 쿼터제를 적용한 바 있다.
뉴욕(미국)=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최신순
추천순
답글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