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철강 25% 관세가 미국의 주요 수입국인 캐나다와 멕시코 외에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 타격을 입힐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한국은 대미 철강 수출 4위, 알루미늄 수출 3위 국가다.
10일(현지시간) 미국 CNBC 방송이 미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청(ITA) 통계에 따르면 미국이 2024년 가장 많은 철강을 수입한 국가는 캐나다로, 수입 규모는 71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뒤를 이어 멕시코(35억달러), 브라질(29억9000만달러), 한국(29억달러), 독일(19억달러) 순으로 철강 수입액이 많았다.
미국의 알루미늄 수입 1위 국가 역시 캐나다로 수입액은 94억2000만달러 규모로 집계됐다. 다음으로 아랍에미리트(UAE·9억2000만달러), 한국(7억8000만달러), 중국(7억7000만달러), 바레인(5억3000만달러) 순이었다.
캐나다와 멕시코의 경우 대미 철강 수출이 많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관세 25% 발효로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과 베트남, 일본 등도 이번 철강·알루미늄 관세 조치로 타격이 예상되는 국가들이다. 베트남과 대만의 지난해 대미 철강 수출은 전년 대비 각각 143%, 75% 늘었다. 한국은 대미 철강 수출 증가율이 7%였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에 철강과 알루미늄을 모두 수출하는 한국은 이미 대체 시장을 모색해 왔다"며 "한국의 현재 대미 철강 수출량은 트럼프 1기 행정부의 관세 공격 전인 2015~2017년 연평균 수출량의 70% 수준이지만, 여전히 미국으로 가장 많은 철강을 수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지난해 전체 철강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무역협회 통계 기준 약 13%다.
이번 철강 관세 조치의 실질적인 타깃은 중국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중국은 지난해 미국에 80억달러 규모의 철강을 수출해 대미 철강 수출국 10위에 그친다. 하지만 중국이 자국에서 과잉생산된 저가의 철강 제품을 전 세계로 '밀어내기' 하면서 미국이 모든 국가를 상대로 관세 카드를 뽑았다는 지적이다.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외의 세계 시장에 풀린 중국산 철강 제품 물량이 캐나다, 멕시코 등으로 가면서 이들 국가의 대미 수출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인 2018년에도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국가 안보를 이유로 철강 제품에 25% 관세, 알루미늄 제품에 10% 관세를 부과했다. 당시 유럽연합(EU)은 미국산 오토바이와 청바지 등에 보복 관세를 부과했고, 미국은 결국 유럽산 철강에 관세 부과를 유예하는 대신 일정 할당량을 초과하는 경우에만 관세를 부과하는 식으로 절충안을 마련했다. 우리나라도 당시 협상을 통해 2015~2017년 연평균 수출량(약 383만t)의 70%인 263만t까지 무관세로 수출하는 쿼터제를 적용받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미국으로 들어 오는 철강은 25% 관세를 부과받게 될 것"이라고 밝혀 쿼터제가 폐지되고 한국도 관세폭탄을 맞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은 철강 관세 조치와 관련한 세부 내용은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미국이 향후 국가별로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일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들어 오는 모든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가 발효 하루를 앞두고 시행을 한 달간 전격 유예하기도 했다.
뉴욕(미국)=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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