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을 방문하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했다. 이번 회담에서 이시바 총리는 파격적인 '접대 외교'를 선보이며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을 "신이 선택한 사람"이라고 극찬하며 펜실베이니아 유세 당시 총격을 견뎌내고 주먹을 쥐고 일어선 사진을 직접 언급하는 등 철저히 준비된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이시바 총리의 외교 스타일은 일각에서 지나친 저자세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으나, 대체로 전략적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시바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향과 성향을 철저히 분석하여 맞춤형 접근을 시도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금을 좋아한다는 점에 착안하여, 고향 도토리현의 전통 공예 장인에게 특별 주문한 순금 금박을 입힌 사무라이 투구를 선물로 준비했다. '영원의 투구'라는 이름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영광이 영원하기를 기원한다는 의미를 담아 감동을 자아냈다. 이러한 세심한 준비는 회담 전부터 다양한 상황을 시뮬레이션하며 준비한 결과물이었다.
이시바 총리의 '저자세 외교'는 일본 내부에서 일부 비판을 받았으나 실질적인 외교적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가장 큰 성과는 미국과의 예상된 관세 전쟁을 완전히 피한 것이다. 일본은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와 1조달러(약 1456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증액을 약속하며, 무역 분쟁의 불씨를 조기에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캐나다, 멕시코, 중국이 관세 전쟁의 직격탄을 맞은 것과 대조적으로, 일본은 이를 매우 원만하게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LNG 수입 확대가 일본에도 실익이 되는 결정이었다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 시기에는 유럽으로의 LNG 수출이 증가하면서 아시아 지역 수출이 제한되었으나, 이번 합의로 일본은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선을 확보하게 되었다. 이는 양국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윈윈(win-win) 전략이었다는 평가다.
안보 측면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국방비 증액은 대만 유사시에 대비해 이미 일본이 계획했던 사안이었으나 이를 통해 오키나와 지역에 대한 미국의 안보 보장을 재확인받는 부수적 효과를 얻었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필요한 양보를 선제적으로 함으로써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고 오히려 협상력을 높였다고 평가한다.
일본의 성공적인 정상회담은 다른 국가들의 외교 전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오는 12일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을 앞두고 일본식 '맞춤형 외교'를 준비하고 있다. 인도는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하를 선제적으로 발표했으며, 기존에 중국과 러시아에 집중되었던 무기 수입을 미국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한 대규모 원자력 발전소 건설 프로젝트에 유럽 기업 대신 미국 기업의 참여를 검토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 현재 탄핵 정국으로 인한 리더십 공백으로 적극적인 대미 외교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특히 미·중 무역 협상 과정에서 북핵 문제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때처럼 한국 정부를 배제한 채 북한과 직접 협상을 시도할 경우 한국은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안보적 이익도 손실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최근 중국이 주도하는 반관세 연합 움직임에 대한 대응도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중국은 국제사회의 여러 국가를 규합하여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항하는 연합체 구성을 추진 중이다. 아시아의 주요 교역국인 한국은 이러한 움직임에 대한 참여 요청을 받을 가능성이 높으나, 현재의 정치적 상황으로는 신속한 대응이 어려운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조속히 정치적 안정을 회복하고 정상외교를 재개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급변하는 국제 질서 속에서, 경제와 안보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외교 전략의 수립이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일본의 사례는 철저한 준비와 전략적 접근을 통해 통상 압박을 피하고 국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교훈을 제공하고 있다. 향후 한국은 이러한 교훈을 참고하되, 한국의 특수한 상황과 국익을 고려한 독자적인 외교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마예나 PD sw93ye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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