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일본에서도 철강과 알루미늄 등 트럼프발 관세 폭탄이 현실화하면서 업계 영향을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자동차와 반도체, 의약품까지 추가 관세를 물릴 수 있다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더 큰 파장이 예고됐다.
일본 공영방송 NHK는 11일 "트럼프 대통령이 10일 미국으로 수입되는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포고문에 서명했다"며 "일본 제품도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번 조치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것으로, 3월 4일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NHK는 트럼프 대통령이 예외를 두지 않을 방침을 밝혔다며 일본 제품에 대한 특례 조치도 철폐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 때인 2018년 일본을 비롯해 많은 국가에서 수입되는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를 시행했으나 그 뒤 조 바이든 정부 때인 2022년부터 일본 철강 제품은 연간 125만t까지는 '관세할당'을 통해 예외 적용을 받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도 트럼프 대통령의 철강·알루미늄 제품 관세 부과 조치를 전하면서 "예외 조치의 정지로 일본 제품도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닛케이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호주와 예외 조치를 놓고 협의할 가능성을 시사했다"며 "예외 조치가 정지되면 캐나다, 멕시코, 호주, 유럽연합(EU), 영국, 브라질, 한국, 일본 등 제품의 관세 부담이 크게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교도통신도 "일본도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며 "각국의 반발은 불가피하고 세계 경제의 공급망을 뒤흔들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NHK와 닛케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철강과 알루미늄뿐만 아니라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에도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며 주목했다. 자동차와 관련해서는 EU와 기타 국가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는 평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은 자동차를 미국으로 수출하지만, 미국산 자동차는 같은 대우를 받지 못한다"며 "미국이 0% 또는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반면, 일부 국가는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독일은 이미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에 대한 보복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독일 공영방송사 DW에 따르면 로버트 하벡 독일 경제부 장관 겸 부총리는 "독일과 EU에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과의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라면서도 "유럽은 일방적인 무역 제한 조치에 단결되고 단호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보복을 당해도 상관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유지했다.
물론 한국도 미국의 강경 관세 기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외도 면제도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한국 역시 과거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무관세 조치를 받는 대신 대미 수출 물량을 연간 약 263만t으로 제한하는 쿼터제를 적용받아왔다. 한국의 대미 수출 철강 제품은 2022년 253만t, 2023년 259만t, 2024년 277만t 수준이었다. 쿼터제 적용 이전 연간 대미 철강재 수출량인 340만t과 비교하면 급감한 수치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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