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미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다시 3%대에 진입하며 시장 예상을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인하를 중단한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완화 재개 시점이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다. 인플레이션 깜짝 반등 소식에 미 국채 금리는 10년물 기준 10bp(1bp=0.01%포인트) 넘게 급등하고 뉴욕증시는 일제히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미 노동부는 올해 1월 CPI가 전년 동기 대비 3% 올랐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2월(2.9%) 보다 상승폭이 0.1%포인트 확대된 수준으로 전망치(2.9%) 역시 상회했다.
1월 CPI는 전월 대비로는 0.5% 올라 직전월 수치(0.4%)와 예상치(0.3%) 모두 웃돌았다.
주거비와 식료품, 에너지 가격이 고루 오르며 CPI를 끌어올렸다. 품목별로는 주거비가 전월 대비 0.4% 올랐다. 전체 품목 상승분의 30%를 차지하며 계속해서 인플레이션 하락의 발목을 잡고 있다. 에너지 가격은 전월 대비 1.1% 상승했다. 이 가운데 가솔린은 1.8% 뛰었다. 식료품 구입비가 0.4%, 외식비가 0.2% 오르면서 전체 식품 가격은 0.4% 상승했다. 조류 인플루엔자로 계란값이 15.2% 오르면 전체 식료품 구입비 상승분의 3분의 2를 차지했다. 이 같은 계란값 상승폭은 2015년 6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월 보다 0.4% 올랐다. 전년 대비로는 3.3%나 뛰었다. 지난해 12월(각각 0.2%, 3.2%)과 비교해 상승폭을 확대하면서 시장 전망치(각각 0.3%, 2.9%)도 웃돌았다. 근원 CPI는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줘 Fed가 눈여겨 보는 지표다.
노동시장이 여전히 견조한 상황에서 인플레이션까지 반등하면서 Fed의 금리 인하 재개 시점은 더욱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제롬 파월 Fed 의장도 전날 미 의회에 출석해 "우리는 경제에서 상당히 좋은 위치에 놓여 있고 인플레이션에 더 많은 진전을 이루길 원한다"며 "추가 금리 인하를 위해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앞서 Fed는 지난해 9월 통화완화 사이클을 시작해 연 최고 5.25~5.5%였던 금리를 3연속 인하, 4.25~4.5%까지 낮춘 뒤 지난달 처음 동결했다.
시장도 금리 인하 기대를 빠르게 낮추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은 Fed가 상반기 내내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65.2% 반영 중이다. 일주일 전 34.1%, 전날 50.3%에서 급등했다. 올해 내내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전날 10.4%에서 28.6%로 올라갔다.
클리어브릿지 인베스트먼트의 조쉬 잼너 투자 전략 애널리스트는 "Fed는 일단 기다려 보자고 했지만 뜨거운 1월 CPI 보고서로 더 오래 기다리게 될 것"이라며 "이 보고서는 금리 인하 사이클의 마지막 못을 박았다. 금리 인하 주기는 끝났다"고 분석했다.
1월 CPI 보고서 발표 후 국채 금리는 급등세다. 글로벌 채권 금리 벤치마크인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거래일 보다 12bp 뛴 4.65%,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전일 보다 7bp 오른 4.36%에서 움직이고 있다. 뉴욕증시는 약세다. 뉴욕 주식시장에서 오전 11시2분 현재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다우지수)는 전일보다 0.6% 내리고 있고,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0.48%, 0.26% 하락 중이다.
뉴욕(미국)=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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