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팸 본디 법무장관이 12일(현지시간) 취임 후 첫 공식 기자회견 열고 뉴욕주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연방 이민법을 따르지 않고 뉴욕주가 불법 이민자들에게 운전면허증을 발급해주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본디 장관은 이날 "뉴욕 지도자들이 불법 이민자를 미국 시민보다 우선시하고 있다. 법무부는 연방 이민법 집행을 방해하는 지역사회에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소송을 제기한 이유를 밝혔다.
본디 장관은 뉴욕주 차량관리국(DMV)이 불법 이민자들에게 운전면허증을 발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주법인 '그린 라이트 법'을 문제 삼았다. 이 법은 연방 이민 당국과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제한한다. 이 같은 규정이 연방정부의 법 집행을 방해한다는 주장이다.
소송 대상에는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 마크 슈로더 뉴욕주 차량관리국장이 포함됐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은 "'그린 라이트 법'은 모든 뉴욕 주민의 권리를 보호하고 지역사회를 안전하게 유지하는 데 기여해왔다"며 "늘 그랬듯 뉴욕의 법을 지키기 위해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반박했다.
본디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 불법 이민자로 알려진 MS-13 갱단원에게 2022년 살해당한 케일라 해밀턴을 딸로 둔 어머니 태미 노블스를 동반했다. 노블스는 미 국토안보부(DHS)가 딸을 살해한 가해자를 제대로 심사하지 않았다며 "국토안보부가 제 역할을 했다면 그는 갱단원임이 밝혀졌을 것이고, 내 딸은 살해당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이 사건은 본디 장관이 발표한 소송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본디는 노블스를 '엔젤 맘'이라고 불렀다"면서 "이(엔젤 맘)는 자녀를 잃은 모든 어머니를 의미할 수 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지지자들은 불법 이민자에 의해 자녀를 잃은 부모를 지칭할 때 사용한다"고 전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본디 장관의 이번 소송 발표는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 이민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고 짚었다.
미국 지자체들에 이런 소송전은 낯선 일이 아니다. 앞서 본디 장관은 일리노이주와 시카고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연방 정부의 불법 이민자 추방 정책에 반해 보금자리를 제공한다는 이유로 붙은 별명인 '피난처 도시'라 불리는 지자체들이다.
친(親)이민자 정책을 펼치는 민주당 우위 성향의 캘리포니아주도 연방정부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가장 많은 이민자 인구가 거주하는 로스앤젤레스(LA)는 작년 11월 시 조례 통과를 통해 공식적인 피난처 도시가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피난처 도시들이 자신의 이민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연방 지원 자금을 삭감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는 지난달 22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숀 해니티 앵커가 예산 삭감을 고려하느냐고 묻자 "그럴 수도 있겠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미국 국경 안보에 관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한편, 국경 장벽 건설 재개, 입국 외국인에 대한 심사 강화 등과 관련한 다수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향후 6개월간 난민 입국을 중단한다는 행정명령도 발동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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