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미국에서 조류 인플루엔자 유행으로 계란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면서 곳곳에서 대규모 '계란 도난' 사건까지 발생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지난 1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한 식료품 업체 운송 트레일러에서 계란 10만개가 한꺼번에 사라졌다. 도난당한 계란의 가격은 약 4만달러(약 5800만원) 상당이다. 사건 발생 열흘여가 지났지만 현지 경찰은 아직 범인의 행적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펜실베이니아주 경찰은 "이 같은 규모의 계란 도난 사건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지난 5일에는 시애틀의 한 레스토랑이 계란 540개를 도둑맞은 일도 있었다. 현지 경찰이 확보한 폐쇄회로(CC)TV 화면에는 범인이 계란과 함께 베이컨, 다진 고기, 블루베리 등 식료품을 승합차에 옮기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수사 당국은 이러한 절도가 최근 조류 인플루엔자의 확산으로 인한 계란 가격 폭등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미 농무부(USDA)는 지난해 12월 한 달간 산란계 1320만마리를 살처분했으나, 조류 인플루엔자 확산세는 올해 1월에도 지속됐다. 지난 12일 발표한 미국 노동부 소비자물가 통계 발표를 보면 12개들이 A등급 대란(大卵)의 1월 평균 소매가격은 4.95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대비 15.2%, 전년 동월 대비로는 53%나 폭등한 수준이다. 앞서 마찬가지로 조류 인플루엔자 때문에 계란값이 치솟았던 2023년 1월 가격 4.82달러를 넘기면서 사상 최고가 기록도 갈아치웠다. 미 노동부는 1월 계란 가격 상승률이 2015년 7월 이후 월간 기준으로 가장 높았고, 1월 가정 내 식품 물가 상승분의 3분의 2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지역 식료품 매장에서 계란 품귀 현상까지 벌어지자 몇몇 식당은 계란이 들어가는 메뉴에 추가 비용을 청구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식당인 와플하우스는 지난 3일부터 와플, 햄버거, 샌드위치 등 메뉴에 계란이 들어가면 50센트(약 700원)를 추가로 받고 있다.
계란 폭등은 정치 이슈로까지 비화하고 있다. 과거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집권 시절 "정부가 높은 식료품 물가를 잡지 못하고 있다"며 비판한 바 있다. 그는 취임 첫날 식료품 가격을 낮추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러한 약속이 무색하게 계란값이 계속 폭등하자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물가를 즉시 낮추겠다고 한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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