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합병을 통해 세계 최고의 자동차 기업으로 거듭나려 했던 일본 혼다와 닛산자동차의 합병이 무산됐다. 양사는 미국 테슬라와 중국 비야디(BYD) 등 전기차 업체의 등장에 따라 업계가 변화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생존 전략을 찾아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혼다와 닛산은 13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지난해 12월부터 진행한 경영 통합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두 회사는 내년 8월 지주회사를 세워 양사가 지주회사의 자회사가 되는 방향으로 합병을 논의했다. 혼다는 경영 부진을 겪고 있는 닛산 측에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압박했지만, 닛산은 호응하지 않았다.
이 같은 상황에 혼다는 닛산 경영권 확보를 위해 닛산의 주식 전량을 취득해 완전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닛산에서 나왔고, 합병 논의는 물거품이 됐다. 교도통신은 "신뢰 관계를 구축하지 않아 (합병) 논의가 심화하지 않았다"며 "양사의 경쟁력 확보에는 암운이 드리웠고 경영은 갈림길에 섰다"고 분석했다.
이번 합병이 무산되면서 두 회사의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교도통신은 "판매가 부진한 닛산의 어려운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사륜차 사업 이익률이 과제인 혼다도 부양책이 필요하다"며 "양사 모두 단독 노선으로는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전문가들 사이에 많다"고 전했다. 산케이신문도 "혼다도 닛산도 차세대 자동차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수익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며 새로운 합종연횡의 막이 오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BYD 등 전기차의 등장으로 두 회사의 판매량은 감소하고 있다. 혼다와 닛산의 세계 판매량은 지난해 380만7000대, 334만8000대로 전년(398만대·337만대)보다 줄었다.
일각에서는 닛산의 경영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폭스콘의 움직임에 따라 두 회사의 경영 방향이 결정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류양웨이 폭스콘 회장은 최근 닛산 최대 주주인 르노 측과 만난 바 있다. 산케이는 "혼다가 닛산과 협업에 관심을 유지한다면 르노의 주식 취득을 둘러싸고 폭스콘과 줄다리기를 하거나 폭스콘이 혼다를 끌어들여 닛산과 연계하는 새로운 틀이 부상할 가능성도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승욱 기자 ty16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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