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중국의 한 남성이 기차역에서 심정지로 쓰러졌다가 20여분 만에 의식을 되찾고도 "출근해야 한다"며 병원으로 이송되길 거부해 충격을 안겼다.
11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이 사건은 춘절 연휴의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4일 중국 후난성 창사의 한 기차역에서 발생했다. 40대 남성 A씨가 플랫폼에서 기차를 타기 위해 줄을 서 있다가 갑자기 쓰러졌다.
당시 이 남성은 심정지 상태로, 맥박이 뛰지 않고 호흡도 약해지는 등 심각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역무원과 인근 대형 병원의 의사가 출동해 응급처치를 한 끝에 A씨는 약 20분 뒤 겨우 의식을 회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A씨는 의식을 회복하자마자 "출근하려면 열차를 타야 한다"고 말해 모두를 아연실색하게 했다. 그는 출근을 이유로 병원으로의 이송과 후속 치료도 거부했다.
이에 현장에 출동한 의사는 "쓰러지는 과정에서 바닥에 머리를 부딪혀 다쳤을 가능성이 있다"며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을 것을 강력히 권했다. 의사의 끈질긴 설득 끝에 A씨는 결국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A씨의 사연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중국 누리꾼들 사이에는 큰 반향이 일었다. 현지 누리꾼들은 "깨어나자마자 가장 먼저 돈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니 너무 가슴 아프다" "출근하지 못하면 해고되는 직장일 수도 있다" "남 일 같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이 대출금과 자녀 교육비 같은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가고 있다" "일자리를 잃는 게 죽음보다 나쁘다니" 등의 반응을 보이며 안타까워했다.
중국은 최근 수년간 높은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돌연사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산둥성에서 8일 연속 야근을 한 30대 남성이 심장병으로 숨졌고, 2022년에는 저장성 항저우의 인터넷 업체에서 근무하던 20대가 사흘 연속 새벽까지 밤샘 근무한 뒤 다음 날 출근하다 쓰러져 숨졌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4월 기준 중국 직장인들의 주당 평균 노동 시간은 48.8시간으로 2003년 주당 노동시간을 집계한 이래 20년 만에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이는 하루 8시간씩 주5일 근무(40시간)를 보장한 노동계약법 규정보다 8.8시간 많은 것으로, 주 5일 근무제로 계산하면 하루 9.76시간 일한 셈이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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