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위협'이 계속되면서 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짐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미 증시에서 주식 매수를 지속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증시를 대표하는 대형주 위주의 S&P500지수는 지난 한 주간 1.5% 오르며 역대 최고점 경신을 다시 눈앞에 두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3월부터 수입 철강 및 알루미늄에 25% 관세 부과를 공식화하고, 오는 4월부터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두루 고려해 '상호 관세'를 세계 각국에 부과하겠다고 예고했음에도 뉴욕증시는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앤드루 슬리먼 모건스탠리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투자자들은 예상했던 것보다 관세가 그렇게 징벌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는 당초 기대와 비교해 증시에 좋은 소식"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투자자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시장 심리는 여전히 약하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계획을 둘러싼 불안감은 여전히 남아 있으며, 이에 따라 시장이 뉴스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빌 스털링 GW&K 투자자산관리 글로벌 전략가는 "관세 문제는 현 금융시장에서 가장 큰 위험 요인 중 하나"라며 "최종 규모나 범위, 시기가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점에서 '알려진 무지(known unknowns)'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월가의 주요 금융회사도 이와 비슷한 입장이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연간전망에서 관세 문제를 향후 경제의 주된 하방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고, 대형 투자자문사 에버코어 ISI는 미 행정부 정책의 불명확성이 시장 심리를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또한 S&P500 상위 50대 기업의 일일 주가 변동 폭을 토대로 산출한 주가 취약성 지표가 30여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무역 긴장 관련 미국 기업의 실적 우려도 지속되고 있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1일 실적 발표에서 다음 달 4일로 시행이 연기된 멕시코·캐나다산 수입품 25% 관세가 시행될 경우 미국 자동차 업계에 전례 없는 타격이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로리 칼바시나 RBC 캐피털마켓 전략가는 "멕시코·캐나다 관세 부과가 연기되기 전 S&P500이 잠시 급락했던 것에서 우리가 배운 교훈은 미 증시가 악재를 받아들일 여력이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일각에서는 시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전부를 반영하고 있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는 이미 가격에 반영한 상태라는 분석도 나온다. 에릭 라셀스 RBC 글로벌 자산운용 수석연구원은 "관세 위협이 없었다면 미 증시는 지금보다 더 높은 수준에 있을 것이라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25% 보편 관세를 가격에 완전히 반영하고 있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관세가 (지금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위험은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세 위협과 더불어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가 높은 밸류에이션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월가 전문가들은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저점 매수세가 유입될 수 있었던 동력을 그동안 빅테크가 제공해 왔지만 이들 기업의 주가가 무너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가 미국 기술 기업에 대한 높은 평가를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스콧 루브너 골드만삭스 전략전문가는 "지금은 수영장에 물이 차 있는 상태"라며 "그간 (시장 하락 시) '딥(dip) 매수'가 발생하면 빅테크가 핵심 역할을 했다. 그런데 (빅테크는 하락해도 다시 오를 것이라는) 신뢰가 깨지면 시장 전체가 위험에 처할 것"이라며 투자자들의 저점 매수세 유입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승형 기자 trus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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