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0
5
0
국제
[THE VIEW]수수료 규제의 역설
    입력 2025.02.18 11:30
    0

[ 아시아경제 ] 트럼프 행정부는 규제를 줄이고 시장 논리에 따른 산업 운영을 지향하고 있다. 주마다 차이는 있지만 연방정부의 이러한 기조에 따라 우버, 리프트, 도어대시, 우버이츠 같은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직접 규제는 점차 완화되는 추세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절정이던 2021년, 미국에서는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직접 규제가 시행됐다. 배달 수요가 급증하자 일부 주와 도시에서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수수료 상한제를 도입했다. 뉴욕시와 샌프란시스코는 배달 수수료를 주문 가격의 15% 이하로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로 인한 비용은 고스란히 소비자와 소상공인의 부담이 됐다.

위스콘신대 연구에 따르면 수수료 상한제 도입 후 일반 음식점의 매출은 약 4% 감소했고 평균 배달 시간도 늘어났다. 수수료 상한제가 오히려 소비자와 소상공인에게 피해를 준 것이다. 비슷한 사례로 우버이츠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새로운 규정으로 인해 주문당 2달러의 추가 비용을 부과하기로 결정했고, 이는 결국 소비자 부담이 됐다. 뉴욕에서는 도어대시·우버이츠 등 배달 앱 기업들이 위헌 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배달 수수료 제한 조례는 위헌 판결을 받아 수수료 경쟁 체계가 정상화됐다.

왜 직접 규제는 이런 부작용을 낳았을까? 디지털 플랫폼 '수수료'가 지닌 본질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배달 앱을 이용하지 않으면 여러 매장에 직접 전화하고, 정보를 찾고, 음식을 가지러 가는 등의 비용이 발생한다. 배달 앱이 제공하는 편리함은 필연적으로 비용을 수반하며, 소비자는 이러한 편의성에 대한 대가로 수수료를 지불하는 것이다. 즉 수수료는 서비스 비용인 셈이다.

이는 세탁 서비스와 비교하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세탁소를 직접 방문하는 대신 세탁 서비스 앱을 이용하면 몇 번의 클릭만으로 예약부터 배달까지 해결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연결 비용'이 바로 수수료다. 디지털 플랫폼은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 중개일 뿐, 본질적으로는 전통적인 서비스업과 다르지 않다.

따라서 수수료 책정은 시장 논리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배달 서비스의 혁신, 드론과 로봇 배달 도입, 배달 알고리즘 개선을 통한 신속한 배송과 편의성 향상 같은 경쟁 요소를 통해 수수료는 자연스럽게 조정돼야 한다.

동남아시아 배달 시장의 선두주자인 그랩은 '서비스의 편리성과 질'에 따른 수수료 책정의 좋은 예시다. 시장 접근성이 낮은 베트남과 필리핀에서는 그랩푸드가 음식 판매 가격의 25~30%까지 수수료를 받는다. 반면 푸드판다, 딜리버루 같은 경쟁 플랫폼이 있는 싱가포르에서는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평균 수수료율이 20% 이하다. 이는 기업이 경쟁력 확보를 위해 수수료를 조정하는 시장 원리를 잘 보여준다. 배달 서비스가 없는 지역에 새로운 가치를 제공한다면 수수료가 높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한국은 이와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점유율 3%에도 못 미치는 정부 주도의 '상생 배달 앱' 도입, 배달의민족·쿠팡이츠 등에 대한 일괄적인 수수료 상한 규제를 통해 시장 경제에 직접 개입하려 한다. 정부의 규제는 플랫폼 사업자들의 담합이나 불공정 경쟁 방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시장 경쟁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만 적절한 규제를 통해 과도한 이윤 추구를 견제하고 담합을 방지해 소비자 부담을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의 역할은 무조건적인 시장 개입이 아닌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에 있다. 플랫폼 사업자를 억누르기보다는 시장 참여자들 간의 협상력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개입하는 것이 더 나은 접근법이 될 것이다.

경나경 싱가포르국립대 컴퓨터과학과 교수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서비스
    #경쟁
    #시장
    #정부
    #규제
    #소비자
    #배달
    #플랫폼
    #수수료
    #역설
포인트 뉴스 모아보기
트렌드 뉴스 모아보기
이 기사, 어떠셨나요?
  • 기뻐요
  • 기뻐요
  • 0
  • 응원해요
  • 응원해요
  • 0
  • 실망이에요
  • 실망이에요
  • 0
  • 슬퍼요
  • 슬퍼요
  • 0
댓글
정보작성하신 댓글이 타인의 명예훼손, 모욕, 성희롱, 허위사실 유포 등에 해당할 경우 법적 책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최신순
    추천순
    답글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국제 주요뉴스
  • 1
  • EU, 美 할리데이비슨에 56% 보복 관세… ‘트럼프 텃밭’ 찌른다
    서울신문
    0
  • EU, 美 할리데이비슨에 56% 보복 관세… ‘트럼프 텃밭’ 찌른다
  • 2
  • “공부 잘하는 약이래” 잘못 먹었다가… 치명적 피부 괴사
    서울신문
    0
  • “공부 잘하는 약이래” 잘못 먹었다가… 치명적 피부 괴사
  • 3
  • "환영 맞죠?"…美 국무장관에 초미니 레드카펫 깔아준 캐나다
    아시아경제
    0
  • "환영 맞죠?"…美 국무장관에 초미니 레드카펫 깔아준 캐나다
  • 4
  • “어떻게 8살짜리를”…수천 명이 뛰쳐나와 불 질렀다
    서울신문
    0
  • “어떻게 8살짜리를”…수천 명이 뛰쳐나와 불 질렀다
  • 5
  • 트럼프 “김정은 핵무기 많아”…핵보유국 인도·파키스탄과 같이 거론
    서울신문
    0
  • 트럼프 “김정은 핵무기 많아”…핵보유국 인도·파키스탄과 같이 거론
  • 6
  • 美 2월 도매물가 정체…인플레 우려 완화
    아시아경제
    0
  • 美 2월 도매물가 정체…인플레 우려 완화
  • 7
  • 맨홀 위로 타오르는 녹색 화염…미 텍사스서 포착된 폭발 순간
    나우뉴스
    0
  • 맨홀 위로 타오르는 녹색 화염…미 텍사스서 포착된 폭발 순간
  • 8
  • 호주 남성, '티타늄 인공심장'으로 105일간 생존
    아시아경제
    0
  • 호주 남성, '티타늄 인공심장'으로 105일간 생존
  • 9
  • 천하의 '버핏'도 절레절레…'손절'하고 떠난다는 업계
    아시아경제
    0
  • 천하의 '버핏'도 절레절레…'손절'하고 떠난다는 업계
  • 10
  • [유럽개장] 장 초반 일제히 하락세…獨 0.28%↓
    아시아경제
    0
  • [유럽개장] 장 초반 일제히 하락세…獨 0.28%↓
트렌드 뉴스
    최신뉴스
    인기뉴스
닫기
  • 뉴스
  • 투표
  • 게임
  • 이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