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22%'
미국 소비자 10명 중 2명이 미 대선이 치러진 작년 11월 이후 사재기에 나섰다고 밝혔다. 대미 수출 1·2위를 다투는 멕시코와 중국을 포함해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전쟁'을 선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 소비자들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감영병으로 인한 계란값 폭등 사태까지 겹치면서 미 소비자들의 등허리가 휘고 있다.
크레딧카드닷컴은 18일(현지시간)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을 조사한 결과를 담은 2월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번 조사는 2000명의 미국 거주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22%는 이미 사재기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20%도 아직 하지 않았지만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나머지 52%는 사재기를 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5%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크레딧카드닷컴은 이는 가격 상승과 경제 불확실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뜻이라고 짚었다. 통상 관세는 수입품 가격을 상승시켜 기업이 비용을 흡수하거나 소비자에게 가격 인상으로 전가하도록 만들어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경향이 있다.
사재기에는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미리 구매하려는 심리가 작용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계획이 대형 소비재 구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질문한 결과, 응답자의 22%가 "큰 영향을 받았다"고 답했다. 30%는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응답자들이 가장 많이 사재기한 항목은 비상식량·화장지·의료용품·화장품·위생용품·인테리어·가구·가전·정수시설 등 비교적 오랜 기간 비축이 가능한 물품들이다. 실제 미국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선 중국 관세 부과 등에 대비해 미리 비축해야 할 물품을 공유하는 '꿀팁'을 담은 글들도 다수 게재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 5명 중 1명(20%)은 최근의 지출 패턴을 '둠 스펜딩(Doom Spending)'이라고 표현했다. 이는 경제 불안정, 지정학적 긴장, 또는 재정적 위기에 대한 우려로 인해 충동적이거나 과도한 소비를 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23%의 미국인은 올해 신용카드 부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크레딧카드닷컴의 존 에건 신용카드·보험·개인금융 전문가는 "스탠다드앤푸어스(S&P) 글로벌 연구진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부과한 새로운 관세가 2025년까지 유지될 경우 미국 소비자 물가가 단기적으로 0.5%에서 0.7%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새로운 관세가 소비 패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면서도 "하지만 대형 소비재 구매를 고려하는 소비자들 중 일부는 소비 습관을 재고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에선 계란값까지 폭등하면서 소비자들이 인플레이션 이중고에 시달리는 중이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도시에서 1다스(12개)짜리 A등급 계란의 평균 가격은 1월 기준 4.95를 기록했다. 이는 2년 전 기록한 최고 가격인 4.82달러를 넘어선 수준이다. 2023년 8월 기록한 최저 수준(2.04달러)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에 달한다.
치솟은 계란값은 감염병 때문이다. 미국 CBS 방송에 따르면 2022년 미국에서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발한 이후 닭과 오리 등 가금류 1억4800만마리가 살처분됐다. 미 농무부는 작년 12월 한 달 동안 산란계 1320만 마리를 살처분했으며, 올해 1월에도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격 폭등뿐 아니라 미국 내 일부 지역에서는 식료품 매장에서 계란 품귀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케빈 해셋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 CBS 방송 '페이스 더 네이션'에서 브룩 롤린스 농무부 장관과 내주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류 인플루엔자 대응 계획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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