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아웃2’ ‘겨울왕국’도 제쳐
역대 영화 3위 ‘타이타닉’ 넘어설 듯
30위 내에 美 이외 나라 제작은 유일
中게임도 호평 세계 경쟁력 급부상
장기적으로 K콘텐츠 위협할 수도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저성능 칩만으로 미국 챗GPT에 필적하는 생성형 AI 모델을 출시해 중국의 소프트파워가 재평가받기 시작한 가운데 토종 만화인 ‘너자2’(나타: 악동의 바다소동)가 세계 영화의 흥행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미국이 독점하는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세계 1위’에 오른 것이다.
아직은 중국의 문화 상품이 ‘내수용’이라는 평가가 많지만 지금의 발전 속도를 이어 가면 장기적으로 K콘텐츠와 경쟁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9일 로이터통신과 환구시보 등을 종합하면 너자2는 전날까지 16억 9900만 달러(약 2조 4450억원)의 흥행 수익을 거둬 미 픽사의 ‘인사이드 아웃2’(2024년·16억 9800만 달러), 디즈니의 ‘겨울왕국2’(2019년·14억 5300만 달러)를 제치고 세계 애니메이션 최대 흥행작에 등극했다. 춘제(설) 연휴 둘째 날인 지난달 29일 개봉해 9일 만에 중국 역대 흥행 1위 ‘장진호’(2021년)를 밀어낸 데 이어 지난 13일에는 중국 영화 최초로 ‘2억명 관객 동원’ 기록을 세웠다. 세계 첫 ‘단일국가 박스오피스 10억 달러 돌파’라는 신기원도 달성했다.
미국과 캐나다를 시작으로 해외 개봉도 시작했다. 중국 영화 예매 사이트 마오옌은 최종 스코어가 22억 3000만 달러(3조 2000억원)에 달해 (전 세계 영화 흥행 순위 3위인) ‘타이타닉’(1997년·21억 9000만 달러)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전 세계 역대 박스오피스 30위 이내 영화 가운데 미국이 아닌 나라에서 제작된 것은 너자2가 유일하다.
이 영화는 중국 명나라 소설 봉신연의에 나오는 영웅신 너자(나타)를 모티브로 만들었다. 전작인 ‘너자: 악동의 탄생’(2019년)도 50억 위안(약 9874억원)에 달하는 흥행 실적을 올렸다. 봉신연의는 상나라 폭군 주왕과 그를 타도하려는 주나라 무왕의 대결을 그린 소설이다. ‘걸리버여행기’나 ‘홍길동전’처럼 사회 풍자 성격이 강하다.
이날 중국 베이징 CGV에서 너자2의 티켓 가격은 한화로 1만~2만원 수준이었다. 중국인의 구매력을 감안하면 꽤 비싼 가격이다. 그런데도 중국인들은 ‘N차 관람’ 인증을 하며 자국 애니메이션의 성공에 들떠 있다. 자국 전통문화를 활용해 디즈니와 픽사 등 미국의 전통 강자를 제쳤다는 사실에 고무된 분위기다.
싱가포르 연합조보는 “미국의 패권을 풍자하는 내용이 담긴 것도 흥행에 한몫했다”고 분석했다. 영화 속 배경인 천상계에서 궁의 모양이 미 국방부 청사 펜타곤을 연상시키고 미국의 상징인 독수리와 달러 표시($)가 곳곳에서 등장한다.
대체로 서구 매체들은 “깊어진 민족주의적 열기를 활용했다”(뉴욕타임스), “수익의 99% 이상이 본토에서 나왔다”(로이터통신) 등 너자2의 성공을 평가절하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고전에서 가져온 이야기임에도 서사 구조가 현대적이고 애니메이션 특수 효과가 기대 이상이라는 칭찬도 잊지 않았다.
앞서 중국에서는 지난해 8월 서유기를 바탕으로 한 PC 게임 ‘검은 신화: 오공’이 출시돼 한 달 만에 전 세계에서 2000만장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글로벌 게임 플랫폼 스팀에서 ‘이용자들이 뽑은 올해의 게임’에 선정되는 등 완성도를 인정받았다.
중국이 사회주의국가라는 한계를 뛰어넘어 일부 소프트파워 분야에서도 세계적 경쟁력을 갖춰 가고 있음을 보여 준다. 한류로 인기를 얻는 우리도 중국의 부상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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