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유럽연합(EU)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폭탄' 위협에 자동차를 비롯한 주요 품목의 관세 인하와 폐지 의사를 19일(현지시간) 밝혔다. EU 측은 이날 트럼프 2기 행정부 무역팀과 만나 무역전쟁을 피할 수 있는 각종 양보안을 제시하며 '트럼프 달래기'에 나설 전망이다.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무역·경제안보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워싱턴 D.C.에서 열린 미국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 행사에서 "관세 인하, 심지어 산업 제품들에 대한 관세 폐지를 논의할 준비가 됐다"며 "이 준비에는 자동차 관세 검토도 포함한다"고 말했다.

그는 EU가 관세 충돌이 격화되는 사태를 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위협을 행동으로 옮긴다면 "우리는 확고하고 신속한 대응 외에 다른 선택이 없다"면서도 "불필요한 고통을 초래하는 조치와 대응책을 낳는 시나리오를 피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대(對) EU 무역적자를 문제 삼으며, 특히 자동차 품목에 대한 고율 관세를 강하게 비판해 왔다. 미국은 승용차에 2.5% 관세를 부과하는데 EU는 네 배인 10%를 부과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그는 전날 미국으로 들어 오는 자동차에 25% 정도, 반도체와 의약품에 25%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를 4월2일 내놓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또한 EU와의 교역에서 지난해 2000억유로의 상품무역적자를 기록했는데 이 같은 적자 규모는 전년 대비 25% 넘게 증가한 수준이다.

셰프초비치 집행위원은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빅테크에 대한 EU의 과잉규제에 불만을 표명한 것과 관련해서도 논의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EU 규정은 "실제로 차별적인 성격이 없고 미국 빅테크를 겨냥하려는 목적이 아니다"라며 대기업으로부터 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셰프초비치 집행위원은 이 같은 대미 관세 인하, 빅테크 규제 논의 등을 포함한 협상안을 들고 이날 오후 트럼프 2기 무역팀과 협상에 나설 계획이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지명자, 케빈 해셋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등과의 회동이 예정돼 있다. EU 측은 일단 대미 무역흑자를 줄이기 위해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늘리는 등 각종 양보안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EU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에 대응해 협상과 보복 조치를 동시에 염두한 투트랙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미국)=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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