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202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클로디아 골딘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가 전 세계적 저출산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가사 분담의 성별 불균형을 지목했다. 특히 세계 최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한국을 대표 사례로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칼럼에서 골딘 교수가 지난해 발표한 '아기와 거시경제'(Babies and the Macroeconomy)라는 제목의 연구를 소개했다. 해당 연구는 남성이 가사노동을 더 많이 하는 곳에서는 출산율이 더 높고,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더 낮다는 논지가 골자다.
골딘 교수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고성장을 이룩하고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이 활발하게 이뤄진 국가 중에서도 부부 가운데 여성의 가사노동 시간이 남성에 비해 많은 국가일수록 출산율이 낮다"고 지적했다. 한국·그리스·이탈리아·일본·포르투갈·스페인 등 출산율이 1.3% 내외로 떨어진 '최저출산 국가'와 미국·덴마크·프랑스·독일·스웨덴·영국 등 출산율이 1.6% 내외인 '저출산 국가'의 차이가 여기서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2023년 기준 세계 최저 출산율을 보인 한국을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했다.
한국의 경우 지난 2023년 합계출산율이 0.72명으로 세계 최저치를 기록했다. 골딘 교수의 지적처럼 한국 여성들은 남성보다 하루 평균 3시간 더 많은 가사노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60년 한국 인구의 72%가 농촌에 거주했으나 1980년에는 43%로 감소했다. 1980년생들이 결혼 적령기에 도달한 2000년대 초반, 소득은 4.5배 증가했다. 그러나 전통적 성 역할에 대한 인식은 크게 변화하지 않았고, 이는 출산율의 급격한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골딘 교수는 분석했다. 골딘 교수는 한국을 두고 "부부 형평성 측면에서 과거에 갇혀 있다"고 평가했다.
골딘 교수는 한국의 여성은 사회에서 경력을 쌓고 싶어 하는데 남성은 여전히 아내가 집에 머물러야 한다는 전통적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즉 이러한 인식의 충돌이 출산율의 급격한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골딘 교수는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고성장을 이룩하고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이 활발하게 이뤄진 국가도 있다"며 "이런 국가들도 부부 중 여성의 가사노동 시간이 남성에 비해 많은 국가일수록 출산율이 낮다"고 설명했다.
국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국가로는 일본과 이탈리아 등이 있다. 이들 국가에서도 여성이 남성보다 하루 평균 3시간 더 많은 가사와 돌봄 노동을 했다. 반면 스웨덴의 경우 성별 가사 노동 시간 격차가 1시간 미만이며 상대적으로 높은 출산율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덴마크, 프랑스, 독일, 스웨덴, 영국 등은 여성 1인당 출산율이 약 1.6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골딘 교수는 이들 국가가 전후 점진적 경제성장을 겪으며 사회 규범이 변화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부부가 육아와 가사 노동을 균등하게 분담하기 위한 방법으로 골딘 교수는 "남성은 다른 아빠들도 집안일을 더 많이 하고 있다고 믿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골딘 교수는 또 낮은 출산율에 대해 "너무 많이 초조해한다"면서도 이를 해결하길 바라는 미국 의회에는 스웨덴·프랑스·영국·캐나다처럼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하는 보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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