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의 회담에서 (국채) 수익률 상승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다."(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 20일)
연초 158엔까지 치솟았던 달러·엔 환율이 20일 150엔까지 떨어졌다. 엔화가 강세를 보인다는 의미다. 국채 수익률은 1.440%까지 치솟아 15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저금리 기조를 유지해 온 일본이 조만간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 데다, 러·우 전쟁 정전 가능성이 희박해진 영향으로 관측됐다. 여기에 달러 약세도 영향을 미쳤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우에다의 입으로 향하는 중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이날 달러·엔 환율이 낮아진 배경으로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우려와 ▲BOJ의 금리 인상 기대감 ▲미국이 양적완화(QT)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란 관측 등 3가지 요인을 꼽았다.
우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8일(현지시간)부터 이틀 연속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설전을 벌이면서 관계가 악화하자 정전 기대감이 약화했다. 당초 미국과 러시아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고위급 회담을 가지면서 정전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지만, 이에서 배제된 젤렌스키 대통령이 트럼프를 작심 비판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다른 요인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19일 공개한 1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담긴 내용이다. 의사록에는 양적 긴축(QT)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일부 위원들의 의견이 담겼다. QT 속도 조절은 긴축 강도가 약화된다는 신호로 해석돼 달러 가치가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일 수 있다.
보다 근본적인 요인은 일본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다. 다카다 하지메 BOJ 정책위원은 19일 일본 미야기현에서 열린 금융·경제 포럼에서 "만약 (경제 및 물가에 대한) 전망이 현실화된다면 추가로 정책 기조를 전환할 수 있는 위치에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닛케이는 이와 관련해 "시장이 이를 통화 긴축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입장이라고 해석했다"고 짚었다.
시장에서는 BOJ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더 높은 수준까지 정책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BOJ는 지난달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0.25%에서 연 0.5%로 올렸다. 일본 채권시장에서 장기금리 지표인10년물 국채 수익률은 20일 장중 1.440%로 2009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류 쇼타 미쓰비시 UFJ 모건스탠리 증권 외환스트래티지스트는 "미일 간 금리 스프레드 축소가 현재 엔화 강세와 달러 약세의 근간에 있다"고 짚었다.
다만 엔화 강세가 '추세적'이라고 단정 지을 근거는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오가와 마키 소니금융그룹의 수석 애널리스트는 닛케이에 "엔화를 매수해 모험에 나설 만큼 강력한 이유가 아직 없기 때문에 엔화 매수가 한 방향으로 진행되기는 어렵다"며 "설령 일시적으로 엔화가 달러당 150엔을 넘어선다고 해도 그 상태가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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