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 지난해 여름 파편에 다리를 다친 러시아 군인 알렉세이(가명)가 회복을 위해 북한 원산의 한 요양 시설에 머물렀다고 밝혔다.

연합뉴스는 "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이 북한 원산 한 요양 시설에서 약 1주일 정도 20여명의 다른 북한 군인들과 함께 머물렀다는 러시아 군인 알렉세이(가명)와의 인터뷰를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인터뷰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여했던 알렉세이는 작년 여름 다리 부상으로 고향인 블라디보스토크로 돌아왔다. 러시아는 참전 군인들을 상대로 재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알렉세이도 소속 부대에 요양 시설 지원을 요청했다.

알렉세이는 북한 원산의 한 요양 시설로 향하게 됐다. 그의 상관은 흑해 인근 등 인기 요양 시설은 이미 만석이라면서 그에게 북한 요양 시설을 제안했고 알렉세이는 “(북한 요양 시설은)기대와 달랐지만 한 번 시도해봐야겠다”고 생각해 북한으로 떠났다. 북한은 러시아 부상병 수백 명을 수용해 회복과 요양을 돕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는 최근 러시아 국영 신문 로시스카야 가제타와 가진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서 다친 러시아군 수백명이 북한 요양원과 의료시설에서 회복 중이라고 밝혔다.

알렉세이는 동료 군인들과 수영장, 사우나에 가거나 탁구를 치고 카드 게임을 하며 지냈다고 전했다. 시설은 전반적으로 깨끗하고 좋았지만, 의료서비스나 식사는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식사는 맛이 없고 고기가 부족했다"고 전했다. 또 저녁 외출이나 현지인 접촉이 금지됐고 술을 구하기도 어려웠다고 부연했다.

알렉세이는 기회가 다시 주어진다고 해도 북한에 갈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집에서 가까운 곳이나 친숙한 곳에서 회복하고 싶을 것 같다"고 말했다.

러시아 부상병에 대한 북한의 요양 지원은 우크라이나 전쟁 후 밀착을 강화해온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마체고라 대사는 가제타 인터뷰를 통해 치료, 간호, 음식 등 북한에 머무르는 것과 관련한 모든 것이 무료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북한) 친구들에게 적어도 비용 일부를 보상하겠다고 했을 때 그들은 진심으로 불쾌해하며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했다"고 전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는 이같은 요양 지원이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을 은폐하기 위한 연막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 전쟁연구소(ISW)는 지난주 보고서에서 "전투 경험이 있는 러시아 군인, 특히 장교나 부사관이 북한에 가는 것이라면 이는 러시아군이 표면적으로는 재활하는 모습을 취하면서 (실제론) 북한군과 협력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배운 경험을 전수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김진선 기자 caro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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