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야욕으로 그린란드 정부는 독립에 앞서 훨씬 좋은 카드를 쥐게 됐다. 그린란드는 이해득실을 분명히 따질 것으로 전망된다. 4월 예정된 총선도 한 달 앞으로 당겼다. 자치령으로 속한 덴마크와 관계 재설정은 물론, 미국으로부터는 자원 개발 허용에 따른 실질적인 혜택을 요구할 수 있어서다. 미국이 내놓을 제안에 따라 독립의 시기도 변동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린란드 정부는 '미국과 경제적으로 협력할 의사가 있지만, 영토로 편입될 의사는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실제 그린란드 여론도 미국에 부정적이다. 덴마크 일간 베를링스케가 지난달 말 여론조사 기관 베리안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에서 그린란드 국민 85%가 미국에 편입되는 것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찬성한다는 응답은 단 6%에 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그린란드 매입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는 미국이 자원 개발, 혹은 군사 확대 등 어떤 식으로든 그린란드에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J.D.밴스 미국 부통령은 지난 2일 폭스뉴스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인들이 우리를 향해 소리 지르는 것은 신경 쓰지 않는다"며 그린란드가 안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재차 밝혔다. 이 과정에서 "솔직히 말해 그린란드를 통제하고 있는 덴마크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좋은 동맹이 아니다"라고 주장해 논란이 됐다.
그린란드가 덴마크로부터 독립을 요구할 시점은 미국에서 어떤 인센티브를 제시하는가에 더 빨라질 수도 늦어질 수도 있다. 미국 정부가 그린란드 주민들을 위한 선택지를 얼마만큼 구체적으로 제시하느냐에 따라 그린란드 독립의 시기와 향배가 갈릴 전망이다.
최준영 박사(법무법인 율촌 수석 전문위원)는 "미국 울타리 안에 있다 하더라도 예를 들어 푸에르토리코, 괌 등 지역에 있는 주민들이 미국 본토와 비슷한 법적 지위 등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린란드 주민들은 자신들에게 제공해줄 수 있는 인센티브에 대한 명확한 결론이 나와야지 독립을 선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덴마크 정부는 지원금 외에도 그린란드 주민들에게 교육, 의료 등 덴마크 본토와 같은 각종 복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그린란드 독립 문제가 쉽게 매듭지어지지 않으면 미국은 최종적으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카드를 꺼내 들 수도 있다. 최 박사는 미국이 나토 탈퇴로 덴마크와 그린란드를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미군이 그린란드 최북단에 공군 우주기지를 운용 중이지만, 올해 안에 나토 탈퇴 혹은 미군 축소 등을 언급하면서 유럽 국가들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군 규모가 축소될 경우 북극권에서는 러시아와 중국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 최 박사는 "미국은 서반구에 속한 그린란드를 여전히 자신들의 영향권에 있다고 보고 있다"면서 "올해 안에 미국은 나토 관련 발언을 할 것으로 예상되며 덴마크나 그린란드가 어떻게 나오든 미국은 마음대로 하려 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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