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중국의 생성형 인공지능(AI)인 '딥시크(DeepSeek)'가 최근 복권 당첨 사례로 화제를 모으며 전 세계적 관심을 받고 있다. 중국 후난성의 한 남성이 딥시크가 추천한 번호로 복권에 당첨됐다는 소식이 중국 SNS를 통해 급속도로 퍼지면서 딥시크 열풍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해당 남성은 딥시크가 추천한 번호 조합 5개 중 하나로 당첨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당첨금은 5위안(약 1000원) 수준에 불과했지만, 이 소식이 중국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수많은 중국인들이 딥시크에 복권 번호를 문의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서버가 마비될 정도로 접속이 폭주하자 중국 당국은 AI를 통한 복권 당첨 번호 예측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전문가들도 복권 추첨이 무작위로 이뤄지는 만큼 빅데이터나 계산식으로 풀어낼 수 없다며 사행성에 대한 경계를 당부했다.
딥시크는 기술적 성과 면에서 챗GPT 등 기존 생성형 AI와 비교해 특별히 뛰어나지는 않지만, 획기적으로 낮은 개발 비용으로 AI 업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딥시크 측이 밝힌 개발 비용은 560만달러(약 80억원) 수준으로, 오픈AI의 챗GPT 초기 개발 비용 1억달러(약 1440억원)의 약 18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AI 개발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상황에서, 딥시크의 저비용 개발은 AI 시장 전체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AI 업계에서는 딥시크가 공개한 개발 비용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주요 연구 업체들은 실제 개발 비용이 최소 5억 달러에 달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우회적인 보조금 지원이나 기업 부담 경감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동원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향후 인프라 구축과 업그레이드를 위해 첨단 AI 반도체 투입이 필요한 만큼, 추가 비용이 천문학적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딥시크의 급속한 성장 이면에는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의 경우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지적으로 지난 15일부터 앱 다운로드가 중단된 상태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도 공공기관의 딥시크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주된 이유다.
딥시크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생년월일,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등의 개인정보를 제공해야 하며, 이 정보들은 모두 중국 서버에 저장된다. 특히 중국의 국가정보법 제7조는 모든 조직과 국민이 정부의 정보 활동에 협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어, 수집된 개인정보가 중국 정부에 의해 무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보안 취약성도 주요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딥시크는 다른 AI 서비스들에 비해 전반적인 보안 수준이 낮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이용자들이 입력한 질문이나 정보가 기술 유출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예를 들어, 문서 요약이나 프로젝트 문서 작업 과정에서 입력된 정보가 중국 정부에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의 군사 기밀과 우주 기술 탈취 시도가 있었던 만큼 이 문제에 특히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
한국은 미중 양국 사이에서 딥시크 문제를 놓고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정부는 보안 문제 해결을 전제로 한 조건부 제한을 실시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이나 유럽, 대만 등이 취한 전면 금지 조치와는 차이가 있다. 전문가들은 이 문제가 과거 사드(THAAD) 배치 사태와 같이 한중 관계의 새로운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2024년 미중 양국이 무역 분쟁 해결을 위한 협상 모드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딥시크가 새로운 갈등 요인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한국은 공공 부문 사용 제한과 별개로 민간 부문 사용 허용 범위를 놓고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비용 효율성이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서방 국가들의 전반적인 사용 중단 추세를 고려할 때 당장의 전면적 도입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민간 기업들의 딥시크 활용에 대한 가이드라인 마련도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와 기술 보안이라는 국가적 과제와 비용 절감이라는 기업의 실익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국내 AI 기술 발전을 위한 투자와 함께, 글로벌 AI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이미리 PD eemilll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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