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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모바일 뱅킹 이용" 직원 강요…은행 헤매던 中 70대 돌연사
    입력 2025.02.23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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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경제 ] 중국에서 한 70대 노인이 해외 송금 업무를 위해 은행을 찾았으나, 해당 은행 직원의 지시에 따라 무리하게 모바일 뱅킹을 이용하려다 2시간 동안 돈을 부치지 못하고 헤매다 쓰러져 이틀 만에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22일 미국에 본사를 둔 중화권 매체 대기원(大紀元)은 리모씨가 지난 12일 중국 난징의 한 중국은행 지점을 상대로 난징 친화이 지방법원에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리씨의 아버지는 지난해 10월 22일 오전 9시께 해외에 사는 리씨에게 송금하기 위해 아내와 함께 은행을 방문했다. 리씨 아버지가 뽑은 대기표는 1번으로, 대기 인원은 0명이었다.

디지털 위안화 앱 속의 전자지갑. 연합뉴스

당시 리씨는 오전 10시 42분께 은행에 있는 부모와 영상 통화를 했는데, 이때까지도 리씨의 아버지는 송금 업무를 마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10분 정도 지난 뒤 리씨의 아버지는 갑자기 쓰러졌고 이틀 뒤 사망했다. 사인은 뇌탈출이었다. 이는 외부의 심한 압박으로 인해 뇌가 본래 위치에서 밀려 나오는 것이다.

리씨는 은행 폐쇄회로(CC)TV를 확인하다 아버지가 처음 몇 분 동안만 은행 창구에서 업무를 본 사실을 확인했다. CCTV 영상에는 리씨 아버지가 약 2시간 동안 직원의 지시에 따라 로비에 있는 ATM 기기와 휴대전화를 사용하다 다시 은행 대기실로 들어가는 모습, 은행 이곳저곳을 드나들고 본인 인증을 위해 휴대전화로 자신의 얼굴을 여러 번 찍는 모습, 리씨 어머니가 남편을 도와 휴대전화를 조작하는 모습 등이 담겼다.

그러던 사이 아버지는 이상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손을 떨기 시작했고 삐뚤어진 입에서 침이 흘렀다. 오전 10시 49분께 은행 직원이 리씨 아버지에게 물이 필요한지 물었고, 약 4분 뒤 리씨 아버지는 쓰러졌다. 은행 직원의 신고로 곧장 병원에 이송됐지만, 끝내 숨을 거두고 만 것이다.

리씨는 은행 직원이 아버지에게 모바일 뱅킹을 이용할 것을 강요한 점과 아버지가 로비에서만 40여분의 시간을 보낸 점 등을 문제 삼았다. 리씨는 고소장에서 "전문 금융기관으로서 (고객의) 실제 연령과 신체 상태에 따른 적절한 업무 처리 방법을 제공하지 못했다"며 "휴대전화로 업무를 처리하도록 요구하는 과정에서 (고객을) 지도하는 의무를 다하지 않아 결국 아버지가 사망하게 됐다"라고 주장했다.

현지 누리꾼들은 "은행 창구에서 처리할 수 있는 일을 왜 모바일로 하도록 강요하는가", "이번 사건은 고객 한 사람의 권리 보호뿐 아니라 디지털화 시대 속에서 고령 친화적 서비스가 부족한 현실을 보여준다" 등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중국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는 2021년 디지털 금융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을 위해 은행들이 창구에서의 서비스 절차를 개선하고 관련 인력을 유지·확충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여전히 은행들이 점포를 찾은 노인들에게 모바일 뱅킹 등을 안내하고, 노인 전담 창구를 운영하지 않는다고 중국 언론들은 지적했다.

KB국민은행이 급속한 디지털화로 인한 고령층의 금융 소외를 완화하기 위해 'KB 시니어라운지'를 확대운영할 방침이다. KB국민은행

국내에서도 은행들이 점포 수를 줄이고 업무를 모바일 뱅킹 등 디지털로 전환하며 노인들이 금융 서비스로부터 소외되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2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고령층의 인터넷 금융거래서비스 이용률은 각각 53.4%, 49.2%로 일반 국민(68.2%)과 비교해 눈에 띄게 낮다. 이 때문에 일부 은행은 고령자·장애인·비도심 거주자 등 금융 취약 계층을 위해 이동식 점포 운영이나 화상 상담 서비스 확대 등의 방침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구나리 기자 forsythia26@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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