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시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독재자"로 칭하며 전쟁의 책임을 돌리자 자신의 진정성을 강조하며 나토 가입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3년을 앞두고 키이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에 평화를 가져다준다면, 내가 정말 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면 난 준비가 돼 있다"며 "난 그것을 나토와 맞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건이 된다면 난 즉시 물러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과 러시아의 양자 종전 협상에 "난 그것이 단순한 중재 이상이 되길 정말 원한다"며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입장을 이해하길 바라며, 러시아의 공격으로부터 방어할 수 있도록 안보를 보장해 달라고 촉구했다.
앞서 미국과 러시아는 지난 18일 전쟁 당사자인 우크라이나를 '패싱'한 채 종전 협상에 돌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에 반발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선거를 치르지 않은 독재라"로 일컬으며 비판을 쏟아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3월 대선을 치러야 했으나 전쟁 중 계엄령을 이유로 대선을 연기한 상태다. 러시아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선거를 치르지 않고 불법으로 대통령직을 유지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상황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동안 종전 협상 조건 중 하나로 요구해 온 나토 가입 시 자리에서 물러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종전 협상에서 최대 쟁점이다. 러시아 역시 나토 가입 포기를 종전의 조건의 한계선으로 그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독재자 발언에는 "진짜 독재자였다면 기분이 상했겠지만 난 독재자가 아니고 합법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이라며 개의치 않는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광물 협상과 관련해서는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그간 무기 지원 등을 대가로 희토류 지분 절반을 미국에 넘기는 내용을 골자로 한 광물 협정 체결을 압박해왔다.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광물 협상에서 지난 3년간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원조의 대가로 5000억달러(약 719조2천500억원) 상당을 요구한 것과 관련해 우크라이나가 빚을 졌다는 생각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를 채무자로 만드는 어떤 형식도 최종 합의에 없을 것이라며 "오늘 저녁부터 5000억달러 문제는 더는 없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한 이날 37명의 지도자가 대면·비대면으로 참석하는 중요한 정상 회의가 열린다며 "아마도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미국)=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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