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독일에서 3년 만에 중도 보수로 정권교체가 이뤄지면서 차기 총리로 유력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CDU) 대표는 향후 경제난 타파와 불법이민 차단, 안보 강화에 초점을 맞춰 국정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외신들은 유럽이 격변하는 시기에 독일의 차기 지도자가 바뀌었다며 유럽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심 대화상대는 그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가 밀고 나갈 대외정책 기조, 안보 구상 등에 따라 미국과 서방 동맹의 관계도가 바뀔 수 있는 셈이다.
2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치러진 독일 연방의회 총선거에서 중도보수 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이 올라프 숄츠 총리의 사회민주당(SPD)과 극우 독일대안당(AfD)을 제치고 제1당을 차지할 것이란 출구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날 오후 6시 공개된 공영 ARD방송이 집계한 이번 조사에서 CDU·CSU 연합의 예상 득표율은 29.0%로 AfD(19.5%), SPD(16.0%)를 크게 따돌렸다. 녹색당은 13.5%, 좌파당 8.5%로 그 뒤를 이었다. 친기업 자유민주당(FDP)은 4.9%, 포퓰리즘 성향의 자라바겐크네히트연합(BSW)은 4.7%로 집계돼 원내 진출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
최종 개표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중도보수 연합이 28%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1위를 확정지었다. CDU·CSU가 주도하는 정권교체가 확실시되면서 연정 구성에 성공할 경우 메르츠 대표가 총리를 맡을 전망이다. CDU 출신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가 2021년 12월 물러난 지 3년여 만에 다시 독일에 중도보수 성향 정권이 들어서는 셈이다.
메르츠 대표가 연방 정부 수장이 되면 안보를 비롯한 대외정책 기조, 독일과 미국과의 관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 전망이다. 메르츠 대표가 선거에서 승리한 직후 "미국으로부터 독립을 달성하겠다"며 유럽에서 독일의 목소리를 되찾겠다고 발언한 대목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 그는 독일이 안보조치를 근본적으로 개편하고 수십 년간 워싱턴에 의존해 온 관계를 끝내야 한다고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이 격변하는 시기에 독일의 차기 지도자가 바뀌었다고 전했다.
유럽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대화상대는 그가 될 가능성이 높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메르츠 대표가 총리로 선출되면 유럽이 보다 안정적인 리더십을 재건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뒷걸음치고 있는 독일 경제를 회복시키는 것도 차기 정부의 주된 과제다. 유럽경제의 엔진이라 불리던 독일의 경제성장률은 숄츠 총리 집권 후인 2023년 -0.3%, 지난해 -0.2%로 2002~2033년 이후 21년 만에 처음으로 2년 연속 역성장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에너지 가격이 상승한 탓에 물가가 뛰었고, 중국산 전기차가 급성장하면서 독일차 실적이 악화한 까닭이다.
WSJ는 메르츠 총리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부터 거의 성장하지 않았고 3년 연속으로 위축될 가능성이 있는 독일 경제를 되살리는 엄청난 과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민 문제도 정책 우선순위 목록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메르츠 대표는 최근 세를 급격히 불리고 있는 AfD를 약화시키기 위해 이민을 급격히 줄이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한편 독일 차기 정부는 의회에서 다수당을 형성하기 위해 여러 정당과 연합할 가능성이 높지만 극우인 AfD는 제외될 것이 확실시된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독일 주류정당이 AfD 영입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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