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민·기사연합 28.6% 득표율 1위
‘메르켈 정적’ 메르츠 새 총리 유력
취임 전부터 이민자 강경책 예고
“유럽 강화해 美로부터 독립할 것”
독일 연방의회 총선에서 중도우파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이 올라프 숄츠 총리가 이끄는 중도좌파 사회민주당(SPD)을 따돌리고 제1당에 올랐다. 2021년 9월 총선 패배 뒤 CDU를 맡아 3년 넘게 와신상담한 프리드리히 메르츠(70) CDU 대표는 독일의 새 총리가 돼 본격적인 ‘우향우’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23일(현지시간) 독일 전역에서 실시된 총선에서 CDU·CSU 연합은 28.6%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극우 독일대안당(AfD)이 20.8%로 뒤를 이었고 집권 SPD는 16.4%로 3위에 그쳤다. CDU·CSU 연합은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가 퇴진한 뒤로 3년여 만에 정권을 되찾게 된다.
독일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자동차 산업 경쟁력 약화 등이 겹쳐 경제가 크게 위축됐다. 그러나 SPD가 주도한 ‘신호등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끝없이 이어지는 난민 범죄에도 해법 찾기에 실패해 정권 심판론이 대두됐다.
이에 메르츠 대표는 “총리 취임 첫날부터 국경을 통제하고 불법 이민자 입국을 금지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초강경 기조를 예고한 상태다.
키가 2m에 달하는 그는 1955년 11월 독일 북서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브릴론의 보수적 가톨릭 가정에서 태어났다. 본대학과 마르부르크대에서 법학을 공부한 뒤 변호사로 일했다.
베를린장벽이 무너지던 1989년 30대에 유럽의회 의원으로 뽑혀 정치 경력을 시작했고 2000년 CDU·CSU 연합 원내대표를 맡았다. 그러나 메르켈 전 총리와의 CDU 권력투쟁에서 패해 한때 정계를 떠나 있기도 했다. 2009년 정계에서 물러난 뒤 국제로펌과 로비스트로 일하며 큰 성공을 거뒀다. 대형 자산운용사 블랙록 독일 법인을 포함한 많은 기업 이사회에서 근무했다. ‘메르켈의 20년 정적’으로 불렸으나 메르켈 전 총리가 완전히 은퇴한 2021년 12월에야 당대표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메르츠 대표는 단호하고 직설적인 언변이 특징이다. 유럽이 스스로 국방을 책임져야 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생각이 일치해 그와 잘 어울릴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앞으로도 독일에서 보수정당이 더 많은 승리를 거두길 바란다”고 축하했다. 그러나 메르츠 대표는 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에 대해 아무 환상도 없다. 나의 목표는 가능한 한 빨리 유럽을 강화해 미국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