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배리 아이컨그린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UC버클리) 교수는 2017년 처음 ‘초불확실성의 시대’란 용어를 꺼냈다. 케네스 갤브레이스 하버드대 교수가 1977년 ‘불확실성의 시대’를 규정한 지 40년 만이었다. 실제 세계는 이후 코로나19발(發) 경기침체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트럼프 재집권 등 대혼란을 겪었다. 한국 역시 44년 만의 비상계엄 선포와 헌정사상 세 번째 대통령 탄핵소추 사태를 겪으며 초유의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아이컨그린 교수는 이 같은 세계적인 ‘초불확실성’ 추세가 현재 진행형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한국 모두 정치적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며 "가상화폐와 금융 시장 규제 완화로 새로운 금융 불확실성이 발생할 수 있고, 중국과 대만의 잠재적 갈등 발생 가능성을 고려하면 지정학적 불확실성 역시 분명히 높다"는 설명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한국이 ‘초불확실성의 시대’를 이겨낼 수 있는 방법으로 ‘정치 리스크’ 해소를 가장 먼저 꼽았다. 그는 "한국과 같은 소위 ‘중간 강국’은 이런 세계적인 상황을 바꿀 수 없기 때문에 ‘몸을 낮춰 버틸(hunker down)’ 수밖에 없다"며 "한국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정치적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행’ 체제가 되면서 행정부가 리더십을 잃었고, 정치권도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극단적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반도체특별법 등 민생 법안은 물론, 외교·안보 정책이 길을 잃었다. 아이컨그린 교수는 "두 정당은 정치적 스펙트럼의 중간으로 이동하기 위한 조처를 해야 한다"며 "예상치 못한 세계적 사건이 전개됨에 따라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여야가) 협력할수록 더 좋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런 정치 양극화 해소는 단기간에 이루기 어려운 만큼 경제를 충격에서 방어하는 조치라도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최근 정치권에서 핵심 안건으로 논의되는 추가 재정지출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정부·여당은 당초 국가 재정에 부담을 주는 추경 편성에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하다 내수 침체가 본격화하자 야당 의견을 일부 받아들여 추경 논의를 시작했다. 다만 편성 항목과 규모 등에 이견을 보여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와 관련해 아이컨그린 교수는 "한국의 부채 대 국내총생산(GDP) 비율은 국제 기준보다 낮기 때문에 재정 정책을 사용해 지출과 성장을 촉진할 여지가 있다"며 "GDP 성장률과 부채에 대한 이자율은 어느 정도 서로 균형을 이루므로 부채 부담이 통제 불능으로 급증할 즉각적인 위험은 없다"고 진단했다.
다만 그는 "추가 정부 지출의 구성은 중요한 점"이라며 "사회 보장에 대한 추가 지출은 바람직하지만 일부는 인프라, 교육 등에 투자해 중기 성장을 촉진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포퓰리즘 성격을 가진 지출보다는 성장에 도움이 되는 방향의 지출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 국민과 정치권은 현재의 성장과 미래의 충격에 대한 보험 중 우선순위를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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