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12·3 비상계엄의 여파로 지난해 한국의 민주주의 지표가 최상위 국가 범주에서 탈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28일 연합뉴스는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부설 경제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민주주의 지수 2024'를 인용해 "지난해 한국이 민주주의 성숙도에서 전 세계 167개국 중 32위로 전년보다 10계단 하락한 것으로 평가됐다"고 보도했다.

한국은 평가 총점에서 10점 만점에 7.75점(32위)으로, 2023년의 8.09점(22위)보다 크게 떨어졌다. 이로 인해 지난 2020년부터 4년 연속 포함된 '완전한 민주주의' 범주에서 '결함 있는 민주주의' 범주로 하락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EIU는 지난 2006년부터 167개 국가를 대상으로 5개 영역을 평가해 민주주의 발전 수준 점수를 산출했다. 8점이 넘는 국가는 '완전한 민주주의', 6점 초과∼8점 이하는 '결함 있는 민주주의', 4점 초과∼6점 이하는 '민주·권위주의 혼합형 체제', 4점 미만은 '권위주의 체제' 등 4단계로 구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점 7.75점은 지난 2006년 이 지수 산출이 시작된 뒤 한국이 받은 점수 중 가장 낮으며, 0.34점 하락은 167개국 중 9번째로 큰 낙폭이다.

항목별 점수는 △선거 과정과 다원주의 9.58점 △정부 기능 7.50점 △정치 참여 7.22점 △정치 문화 5.63점 △시민 자유 8.82점이었다. 이 중 정부 기능(8.57점 → 7.50점), 정치 문화(6.25점 → 5.63점) 점수가 전년보다 하락했고 나머지 항목은 같았다.

EIU는 보고서에서 "한국은 비상계엄 선포와 후속 정치적 교착상태로 정부 기능과 정치 문화 점수가 하향 조정됐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 시도에 따른 여파는 의회에서, 그리고 국민 사이에서 양극화와 긴장을 고조했고 2025년에도 지속할 것 같다. 한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대중 불만이 커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전 세계 평균 점수는 5.17점으로 지난 2006년 이후 사상 최저점을 경신했다. 최고치는 2015년의 5.55점이었다. '완전한 민주주의'로 분류된 25개국에 사는 사람은 전 세계 인구의 6.6%로, 10년 전 12.5%보다 크게 줄었으며 세계 인구 5명 중 2명은 권위주의 체제 아래 사는 것으로 파악됐다. 노르웨이는 총점 9.81점으로 16년 연속 1위를 차지했으며 뉴질랜드(9.61점)와 스웨덴(9.39점), 아이슬란드(9.38점) 등이 뒤를 이었다. 북한은 1.08점으로 뒤에서 3번째인 165위를 기록했다. 북한보다 낮은 점수를 받은 국가는 미얀마(0.96점)와 아프가니스탄(0.25점) 등 2개국뿐이었다.

미국은 전년보다 1계단 오른 28위(7.85점)로 '결함 있는 민주주의'로 유지됐다. EIU는 "(미국은) 올해 더 큰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 첫 달에 이미 공무원의 정치적 독립성에 도전을 안겼고, 의문시되는 법적 권한의 행정명령을 쏟아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은 전 세계적으로 기존 정권에 대한 반발의 하나였다"며 "2025년 세계 민주주의의 다음 시험대는 새로 선출된 지도자들이 어떻게 통치하느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