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독일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당이 제2당으로 떠올랐다. 틱톡을 중심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신들의 콘텐츠를 집중 노출시켰던 AfD의 전략이 젊은 유권자들에게 주효했다는 평가다. 틱톡을 기반으로 젊은 유권층을 공략한 독일 좌파당도 사멸 위기를 벗어나 총선에서 지지율이 2배 이상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대선에 이어 독일 총선에서도 SNS의 위력이 재확인되면서 향후 전세계 정당들의 전략 중심이 기성 언론보다 SNS로 더 빠르게 이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독일 총선 결과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이 28.6%를 득표해 1위를 기록했고, AfD는 20.8%로 2위를 기록했다. 집권 사회민주당(SPD)은 16.4%를 받아 3위로 굴러떨어졌다. 2013년 소수정파로 시작한 AfD가 불과 12년 만에 제2당으로 거듭났다.
AfD는 이번 총선에서 지난 2021년 총선 때 기록한 10.3%보다 2배 이상 지지율이 높아졌다. 특히 18~24세 청년 유권자 지지율이 7%에서 21%로 무려 3배나 급증했다. 25~44세 유권자 지지율도 25%로 지난 총선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청년 유권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SNS 노출에 전력을 집중했던 AfD의 선거전략이 제대로 통했던 것이다.
독일의 싱크탱크인 제너레이셔널 리서치의 뤼디거 마스는 WSJ에 "새로운 틱톡 계정을 만들면 AfD의 콘텐츠 클립을 적어도 5~6개씩 봐야한다"며 "다른 당의 콘텐츠보다 최대 400배 이상 더 많은 콘텐츠가 있다. SNS를 하루 90분 이상 하는 독일인들은 AfD의 콘텐츠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AfD는 독일 내에서 발생한 불법이민자들의 테러 공격을 비난하는 콘텐츠를 집중 배치했다. 이번 총선의 최대 화두 중 하나였던 반이민정서를 건드리면서 보수 유권자층의 마음을 크게 움직였다는 평가다.
앞서 독일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아프가니스탄 출신 난민이 흉기를 휘둘러 2세 남자아이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또다른 아프가니스탄 출신 난민이 집회행렬에 차량을 몰고 돌진해 어린이가 사망하는 사건도 터졌다. 선거를 이틀 앞둔 지난달 21일에는 시리아 출신 난민이 베를린 홀로코스트 추모공원에서 흉기를 휘둘러 관광객들이 중상을 입었다.
AfD는 해당 사건들을 틱톡 등 SNS를 통해 크게 부각시키면서 반이민정책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국경의 완전한 폐쇄에 더해 망명 절차를 더 까다롭게 바꾸고, 유럽연합(EU)의 난민협정도 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와함께 난민 추방을 위한 구금시설을 설치하고 독일에서 추방된 자국민을 거부하는 나라에는 경제 제재와 함께 개발 지원을 끊겠다고 공약했다.
WSJ는 "AfD는 자신들의 당과 분리돼있는 독립적인 정치 인플루언서들을 대거 끌어들여 반이민정책과 관련한 수많은 영상을 올렸으며, 수백만건의 조회수를 기록할 수 있었다"며 "이를 통해 그동안 동독지역 노동계급 남성들에게 갇혀있던 유권자층을 대폭 확대하는데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AfD와 함께 이번 총선에서 지지율을 크게 끌어올린 독일 좌파당도 틱톡을 적극 활용한 전략으로 기사회생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독일 좌파당은 이번 총선에서 8.8%의 득표율을 기록해 지난 총선 때 4.9% 대비 4% 가까이 지지율을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좌파당은 본래 과거 동독의 집권당이었던 동독 사회주의통일당(SED)을 계승한 극좌정당으로 2013년 AfD가 동독지역에서 돌풍을 일으키면서 지지율이 급감한 바 있다. 2021년 총선에서는 지지율이 기존 9.2%에서 4.9%로 반토막이 나면서 사멸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 58만명의 틱톡 팔로워를 보유한 하이디 라이히네크 공동대표가 청년층 표를 휩쓸면서 기사회생에 성공했다. 좌파당은 18~24세 청년층 지지율이 27%를 기록해 젊은 유권자들로부터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특히 36세인 라이히네크 공동대표는 왼팔에 19세기 독일 사회주의 혁명가인 로자 룩셈부르크 얼굴을 문신으로 새기고 SNS 홍보전에 집중하면서 정치권의 스타로 떠올랐다. 라이히네크가 틱톡에 올린 반이민정책 반대 연설 동영상 중 하나는 조회수가 700만건을 넘기며 큰 인기를 끌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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