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대만 현지 매체들이 여성징병제 검토 보도를 잇따라 내놓으면서 대만 내 여성징병제 논란에 불을 붙였다. 대만 국방부가 구체적으로 검토한 바 없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중국의 침공 우려를 안고 있는 지정학적 특성상 여성징병제 찬반 논란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홍콩, 한국과 함께 전세계에서 가장 출산율이 낮은 지역 중 하나인 대만은 현재 병력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대만 국방부의 쑨리팡 대변인은 "여성 군복무 의무제도에 대한 논의의 여지가 있지만, 현재로서는 계획이 없다"며 "현재 대만군 인력 중 여성은 전체 병력의 12~13%에 달한다. 여성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많은 채널을 이미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성징병제 도입에 대한 구체적인 정부 방안이 나온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앞서 대만 연합보 등 주요 매체들은 라이칭더 총통이 최근 국방부 인사들과의 토론에서 군 병력구조를 개편하기 위해 여성징병제에 대한 연구를 국방부에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에따라 여성징병제가 국방부 연구과제로 포함됐으며, 선진국의 여성 병력 운용 상황에 대해 지속적으로 자료를 수집 및 정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보도에 여성징병제가 곧 도입될 가능성이 제기되자 논란이 확산했고, 대만 국방부가 곧바로 진화에 나섰다. 쑨 대변인은 총통이 회의에서 여성 의무병역 문제에 대한 국방부 보고를 들었다는 보도 내용을 일축하며 여성징병제 도입 관련 계획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여성징병제 도입 이슈가 불거진 것은 대만의 심각한 저출산 상황 때문이다. 대만 내에서는 향후 병력자원이 급격히 감소해 지금의 병력 수를 유지하기도 어렵다는 우려가 있었다.
유엔(UN)에서 집계한 '세계 출산율 리포트 2024'에 따르면 대만의 2024년 합계출산율은 0.86명으로 전 세계 238개국 중 홍콩(0.73명), 한국(0.74명) 다음으로 낮다. 대만의 지난해 신생아 숫자는 13만4856명으로 2016년 20만8440명 대비 7만명 이상 줄어들었으며, 9년 연속 감소세가 이어졌다. 신생아 감소에 따라 전체 인구도 전년 대비 2만222명 줄어든 2340만2200명을 기록했다. 출산율이 반등하지 못하면 병력부족 문제는 갈수록 심해질 수밖에 없다.
대만의 병력 숫자는 현재 감소 추세다. 대만군은 2011년 27만명에 달했지만, 지난해 16만9000명을 기록했다. 성인 남성의 의무 복무기간을 2008년 3년에서 1년으로 단축했다가 2018년 4개월로 추가 단축했고, 병력 자원 자체도 감소한 영향이다. 이로 인해 대만 정부는 지난해 1월1일부터 남성 군 의무복무 기간을 4개월에서 1년으로 다시 연장했다. 자원입대했다가 퇴역한 여성군인의 예비군 훈련제도도 신설해 병력 감소에 대응 중이다.
대만의 병력 감소로 유사시 중국의 본토 침공이나 대만 포위에 대한 군사적 대응이 어려워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지난해 기준으로 육군 병력만 120만명, 나머지 해군과 공군, 미사일 부대 등을 합치면 200만명에 달한다. 예비군은 약 10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해 대만군은 상비군이 육군 10만명을 포함해 전체 16만9000명, 예비군은 250만명 수준이다. 미국과 다른 동맹국들의 지원이 당도하기 전까지 독자적으로 방어할 전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영국 싱크탱크인 채텀하우스의 윌리엄 매튜스 아시아태평양프로그램 선임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군사 현대화는 강적에 맞서 승리할 수 있는 능력 개발에 초점을 맞추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실제 중국은 대만 분쟁에서 미국을 압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 수십 년에 걸쳐 준비했고, 양안 간 힘의 균형은 점차 모호한 상태에 도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대만에서의 해상전을 염두에 두고 군함 숫자도 크게 늘리고 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00년까지 군함 숫자는 미국이 318척, 중국이 110척 정도였지만, 지난해에는 미국 297척, 중국 370척으로 역전됐다. 2030년까지 현재 상황이 유지되면 미국은 304척, 중국은 435척으로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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