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한국이 전 세계 100개 나라를 대상으로 한 국가 위험도 조사에서 9계단이나 후퇴했다. 윤석열 대통령 계엄 여파로 인한 정치적 불안이 커지면서 전년 대비 점수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하락 폭도 전체 조사국 중 네 번째로 컸다.
4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신용평가사인 일본의 R&I(Rating & Investment Information)가 올해 1월 실시한 국가 위험도 조사에서 한국은 34위를 기록했다. 이전 조사(25위) 때보다 9계단이나 낮아진 것이다. JCR과 더불어 일본 양대 신용평가사로 꼽히는 R&I는 전 세계 100개국의 주요 국내 은행·싱크탱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점수를 산출한다.
한국의 이번 평가 점수는 7.3점으로 작년 대비 0.3점 하락했다. 조사 대상국 중 네 번째로 큰 하락 폭이다. R&I는 윤석열 대통령의 12월 계엄령 선포와 그로 인한 정치적 불안이 신용 등급 하락의 주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계엄 사태로 인한 신인도 하락은 곳곳에서 관측된다. 최근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부설 경제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발표한 민주주의 지수 2024'에서 한국은 32위에 올랐다. 2023년 평가에서는 전년보다 2계단 올랐지만, 작년에는 10계단이나 떨어졌다.
한국은 평가 총점에서 10점 만점에 7.75점으로, 2023년의 8.09점(22위)보다 내려갔다. 7.75점은 2006년 EIU가 지수 산출을 시작한 이래 한국이 받은 가장 낮은 점수다. 그러면서 2020년부터 4년 연속 포함된 '완전한 민주주의' 집단에서 '결함 있는 민주주의' 집단으로 내려갔다. EIU는 보고서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 시도에 따른 여파는 의회에서, 그리고 국민 사이에서 양극화와 긴장을 고조시켰고 2025년에도 지속할 것 같다"며 "한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대중의 불만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R&I 국가 위험도 조사에서는 한국 외에도 아시아 국가들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방글라데시는 2012년 8월 하시나 정권이 붕괴한 이후 1.0점 하락해 조사 대상국 중에서 가장 큰 폭으로 점수가 떨어졌다. 이에 따라 순위도 기존 60위에서 83위로 급락했다. 하시나 정권은 1971년 방글라데시 독립 이후 인도와 가장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온 정부였다.
중국과 인도의 신용 평가도 각각 0.1점씩 하락했다. 중국은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경제 회복세가 둔화하고 있으며, 인도는 모디 행정부가 3기 임기에 접어들면서 연립 정부 내 정책 조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닛케이는 짚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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