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미국의 달걀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에그플레이션'(eggflation, 달걀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이 빚어진 가운데, 농무부 장관이 일반 가정의 뒤뜰에서 직접 닭을 키우는 것이 좋은 대책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4일(현지시간) 뉴스위크에 따르면 브룩 롤린스 미 농무부 장관은 지난 2일 폭스뉴스에 출연해 "'뒷마당에서 닭을 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해결책"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달 26일에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달걀 가격을 낮추기 위한 계획'이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 일반 가정에서도 쉽게 닭을 기를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롤린스 장관은 "바이든 전 대통령의 집권 기간 식료품 가격이 20% 넘게 올랐다"며 "달걀 12개의 평균 가격은 2021년 1월의 1.47달러(약 2100원)에서 지난달 4.95달러(약 7200원)로 237% 급등했다. 현재 소비자들이 접하는 달걀(12개) 가격이 최고 10달러(약 1만4500원)가 넘는다"고 밝혔다.
이어 "농무부는 이 위기를 막고 달걀을 다시 저렴하게 만들기 위해 최대 10억달러(약 1조4500억원)를 투입할 것"이라며 AI 퇴치를 위한 5가지 전략을 고안했다. 내용에 따르면 가금류 농장에서 정부가 개발한 '야생동물 생물보안 평가'라는 감염 방지 조치를 이행할 수 있도록 농가에 총 5억달러(약 7200억원)를 지원한다. 또한 조류 인플루엔자 영향을 받아 닭을 살처분한 농가들이 다시 농장을 정비하고 양계를 재개할 수 있도록 총 4억달러(약 5800억원)를 지원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AI 백신·치료제 연구 개발에도 최대 1억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더불어 달걀 공급을 늘릴 수 있도록 그간 캘리포니아주에서 적용한 '산란계의 최소 공간 요건' 등 규제를 완화하고, 일반 가정의 뒷마당에서도 닭을 더 쉽게 기를 수 있도록 장려한다. 아울러 단기적으로 달걀 가격을 낮추기 위해 외국에서 일시적으로 달걀을 수입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달걀 가격 급등은 조류 인플루엔자(AI)로 수천만 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되며 발생했다. 이 같은 에그플레이션 현상이 벌어지자 현지인들은 뒤뜰에서 직접 닭을 키우기 시작했다. 지난달 16일 현지 매체 악시오스는 가정에서 닭을 키우는 미국인이 1100만 가구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2018년까지만 해도 닭을 키우는 가정이 580만 가구로 추산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6년여 만에 2배 수준으로 늘어난 수치다. 이에 따라 닭은 미국에서 세 번째로 인기 있는 반려동물로 올라서게 됐다.
암탉을 빌려주는 업체 '렌트더치킨' 공동소유주 젠 톰킨스는 "날씨가 온화한 봄, 가을에는 생후 3년 이하 암탉 두 마리를 키울 경우 매주 8~14개의 달걀을 손에 넣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닭장을 짓는 등 준비를 하는데 통상 500달러(약 72만원) 안팎의 비용이 발생하며, 이후 모이값과 관리비 등으로 매월 20달러(약 2만9000원)가 지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악시오스는 "달걀 가격은 계속해서 치솟고 있다"며 "협동조합을 설립하거나 키우는 닭의 숫자를 늘리는 방식으로 달걀 1개당 생산비용을 낮출 수도 있다"고 전했다.
정예원 인턴기자 ywj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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