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트럼프발(發) 관세' 불확실성에 대한 기업들의 우려가 크게 증가했다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경기 진단이 나왔다. 경제활동이 정체되거나 둔화된 지역은 크게 늘었고, 기업들의 인플레이션 상승 전망은 짙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Fed는 5일(현지시간) 공개한 경기 동향 보고서인 '베이지북'을 통해 "석유화학 제품부터 사무용 장비에 이르기까지 제조업 담당자들은 무역 정책 변화에 대한 잠재적 영향에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부분 지역의 담당자는 잠재적 관세로 인해 가격이 인상될 것으로 예상했다"며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가격을 인상했다는 보고가 있었다"고 썼다.
기업들은 '관세맨'을 자처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한 경계감을 표명했다. 블룸버그 통신 분석에 따르면 이번에 공개된 베이지북에는 '관세'가 49회, '불확실성'을 의미하는 단어도 47회 등장했다.
베이지북은 "많은 기업들이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지적했고, 관세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재정·무역정책 변화가 인플레이션 위험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관세에 대한 대응으로 가격 상향 압력이 있을 것이란 인식이 있었다" 등의 표현도 담겨 기업들의 관세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거듭 확인됐다.
경제 활동이 둔화되거나 정체된 지역은 크게 늘어났다. 베이지북은 12개 연방준비은행(연은) 관할 지역 중 4개 지역에서 경제 활동이 완만한 성장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6개 지역에서는 경제 활동이 정체됐고, 2개 지역에서는 위축됐다. 지난 1월 공개된 베이지북에서 12개 모든 지역의 경제활동이 약간 또는 완만히 증가한 것에 비춰 보면 두 달 만에 경제 활동이 악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베이지북과 별개로 최근 제조업 활동이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미 공급관리자협회(ISM)의 보고서도 나왔다. ISM은 지난 3일 발표한 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보고서를 통해 "고객(기업)들이 관세 불확실성으로 신규 주문을 중단하고 있다"며 "행정부가 (관세) 시행 방안과 관련해 명확한 지침을 주지 않아 사업에 대한 영향을 예측하기가 더 어렵다"고 밝혔다.
민간 기업들이 관세 등 정책 우려로 채용을 주저하고 있다는 고용 지표 또한 공개됐다. 이날 미 민간 노동시장 조사업체 ADP가 발표한 2월 고용 보고서에 따르면 민간 부문 비농업 신규 고용은 7만7000건 늘어났다. 직전월(18만6000건)과 시장 예상치(14만1000건) 모두 큰 폭으로 하회하며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적은 증가폭을 기록했다.
베이지북은 최근 12개 연은 관할 구역의 경기 흐름을 평가한 보고서다. 오는 18~19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뉴욕(미국)=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최신순
추천순
답글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