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대로 다음 달 2일부터 수입 농산물에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가정의 식탁 물가가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관세 정책이 과일과 육류 등 농산물 가격을 상승시킬 것이라며 "수년간의 공급망 혼란으로 인해 이미 높은 식품 가격에 시달리고 있는 소비자들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과일과 채소, 기타 원예 상품은 미국으로 수입되는 농산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 가운데 소비량이 큰 설탕, 커피, 코코아, 기타 열대 농산물의 비중은 약 15%다.
특히 멕시코는 미국에 설탕을 가장 많이 공급하는 국가로 설탕 수입량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다음 달부터 미국이 농산물에도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하면 설탕을 비롯한 이들 주요 농산물의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또 근래 극심한 가뭄에 따른 목초지 감소로 인해 소고기 공급이 5년 연속 감소, 1951년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호주·캐나다·멕시코·브라질·뉴질랜드에서 소고기를 수입하는 양이 크게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농산물 관세는 미국 가정에서 주로 소비하는 소고기 가격 상승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멕시코와 캐나다에 부과되는 관세가 과자나 주류 가격을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쿠키 제품 '오레오' 등으로 유명한 미국 식품업체 몬덜레즈 인터내셔널은 멕시코에 공장을 두고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주류회사 디아지오는 지난달 데킬라를 멕시코에서, 위스키를 캐나다에서 수입해 판매하고 있으며 지난달 이들 제품의 판매 비중은 이 회사의 미국 전체 판매 실적의 45%에 달했다.
선물·옵션 중개회사 스톤엑스의 매트 캠벨 컨설턴트는 "어떤 식으로든 관세는 미국 경제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물가를 상승시키는 방향으로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농산물 관세는 미국 농부들에게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짚었다. 미국 농가는 칼륨 비료의 약 9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중 약 85%를 캐나다에서 조달한다. 이에 미국 비료협회와 척 그래슬리 공화당 상원의원은 트럼프 행정부에 비료 제품에 대한 관세 면제를 요청했다.
중국의 보복관세 부과에 따라 미국의 주요 수출 농산물인 대두, 옥수수, 밀 등의 수요가 줄고 가격이 하락하면서 미국 농가의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부터 물가를 낮추겠다고 맹세했는데 오히려 근로자 가정에 세금을 물리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승형 기자 trus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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