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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트럼프가 무시한 '레소토'는 어떤 곳?…"美 영부인 고향보다 커"
    입력 2025.03.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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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번째 임기 시작 후 처음으로 미 의회를 방문해 상·하원 합동연설에 나서고 있다. AP·연합뉴스

[ 아시아경제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의회 연설 도중 아프리카 레소토를 향해 "아무도 모를 나라"라고 지칭해 국제적인 논란이 일고 있다. 레소토 정부도 모욕적인 언사라고 반발하면서 미국정부와 마찰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타국에 대해 공격적인 언사를 일삼는 것이 단순한 개인적인 성향을 넘어 해당국과의 거래를 위해 의도적으로 벌이는 외교적 전략이란 해석도 나온다.

레소토 외무장관 "트럼프 발언 모욕적, 레소토로 초청 원해"
레소토 국회의사당의 모습. 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현지시간) 2번째 임기 시작 이후 처음 미 의회에서 가진 상·하원 합동연설 도중 "아무도 들어본 적이 없는 아프리카 나라 레소토의 LGBTQI+(성소수자 집단)를 증진하기 위해 800만달러(약 116억원)나 쓰였다"고 발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해외원조 기금이 불필요한 곳에 쓰이고 있다고 주장하기 위한 발언이었는데, 일부 청중은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이에 레소토 정부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레호네 음포트호아네 레소토 외무부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매우 모욕적"이라며 "우리나라가 한 나라의 국가원수에게 그렇게 언급되는 것은 정말로 충격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레소토는 전세계를 통틀어 독특하고 중요한 나라이며 트럼프 대통령과 전세계인들을 우리나라로 초청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미국의 레소토 지원금은 단순히 성소수자 집단 지원에만 쓰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음포트호아네 장관은 "미국 지원금의 대부분은 레소토의 보건과 농업부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미국 대사관의 자금 중 일부가 성소수자 공동체를 지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미국 내에서도 개발도상국에 대해 지나친 폄하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레소토는 230만명의 국민이 있으며, 멜라니아 영부인의 모국인 슬로베니아보다 큰 나라"라고 지적했다.

논란의 중심으로 떠오른 레소토는 아프리카 남단에 위치한 국가로 1966년 영국 식민지에서 독립한 입헌군주국가다. 인구는 약 230만명 이며 국토면적은 3만335㎢로 실제 슬로베니아 면적(2만271㎢)보다 크다. 주요 산업은 청바지 등 의류제작으로 리바이스, 갭과 같은 주요 청바지 브랜드들의 의류를 제작, 공급하는 국가 중 하나다.

국제사회에서는 레소토가 에이즈(HIV) 감염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로 알려져있다. 미국 국무부에 따르면 레소토는 성인 인구의 20% 가량이 에이즈에 감염돼있다. 미국 정부는 2006년부터 인도적 차원에서 에이즈 예방, 치료 및 관리 서비스 제공 등 10억달러(약 1조4400억원) 규모의 의료지원을 하고 있다.

캐나다 총리에게 "주지사 회의 오면 환영"…집권 1기 때부터 각종 막말
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국 폄하 막말 논란은 최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회담을 비롯해 각국 정상과의 회담에서 크게 퍼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백악관을 방문한 젤렌스키 대통령과 면전에서 40분간 논쟁을 벌이면서 "당신은 카드가 없다"는 발언을 6번이나 한 뒤, 만찬 및 나머지 일정까지 모두 취소한 채 백악관에서 사실상 추방했다.

취임 전이던 지난해 12월에는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를 일컬어 "미국 51번째 주지사"라고 지칭해 논란이 일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소셜트루스에 "트뤼도가 주지사 협회 회의에 참여한다면 크게 환영할 것"이라고 조롱하는 글을 올려 캐나다와 외교마찰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9월 미국 대선 기간에는 민주당 후보였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의 텔레비전 토론 도중 "아이티 이민자들이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잡아먹는다"고 발언해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해당 발언 이후 아이티계 주민들이 많이 사는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 지역에서는 아이티계 주민들에 대한 각종 살해위협과 테러 등이 발생하기도 했다.

집권 1기 시절에는 미국과 가장 우호적인 관계였던 일본과도 막말로 외교적 마찰을 일으키기도 했다. 2018년 6월 당시 아베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에서 "진주만 공습을 잊지 않고 있다"고 발언해 논란이 확산됐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대일 무역적자 문제와 통상협정 교섭 문제에서 아베 총리와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일본 측을 압박하기 위해 해당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 강해진 '미치광이' 전략 남발…거래수단으로 악용
미국 서부 주요 무역항인 캘리포니아 롱비치 항구에 입항한 무역선의 모습. AFP·연합뉴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에 대해 공격적인 언사를 이어가는 것이 계산된 행위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상대방이 예측할 수 없는 거칠고 공격적인 언사로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는 특유의 '미치광이 전략(madman theory)'이 한층 강화됐다는 것이다. 여기서 미치광이 전략이란 국제정치학 용어로 일부러 자국이 위협적이고 불안정한 국가로 보이도록 연기해 상대국을 위협하고 외교적 양보를 얻어내는 전략을 뜻한다.

미국의 외교전문지인 포린폴리시(FP)는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 이미 미치광이 전략을 많이 활용했기 때문에 그때보다 더 강력하고 예측 불가능한 수사를 해야만 상대국을 당황시킬 수 있다"며 "앞으로 더욱 터무니없는 위협으로 외교적 실리를 얻을수도 있지만, 자칫 잘못하면 상대국과 갈등이 통제불능 상태에 빠질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AP통신도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뒤 관세와 관련해 공격적인 위협을 하거나 예상치 못한 유예 조치들을 벌이고 있다"며 "그의 목적은 동맹국들을 비롯해 상대국으로 하여금 미국이 실제 무엇을 달성하려는지 명확히 알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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