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중국이 심각한 경제 침체와 15%에 달하는 청년 실업률에도 불구하고, 올해 국방비를 지난해 대비 7.2% 증액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지난 4년간 연속해서 7% 이상 국방비를 늘려온 추세를 이어가는 것이다. 반면 미국은 올해부터 향후 5년간 매년 8%씩 국방 예산을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30년경에는 중국의 국방 예산이 미국을 초과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국제 질서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밝힌 국방비 증액 이유는 2027년 건군 100주년을 맞아 추진 중인 인민해방군 현대화 프로젝트와 관련이 있다. 중국은 이 프로젝트가 경제 상황과는 무관하게 지속해야 할 필수 사업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현대화 프로젝트의 주된 목적은 중국 본토와 동아시아 역내에서 외부 침입에 맞설 방어력을 갖추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여기서 핵심 쟁점이 되는 지역은 대만이다.
중국은 대만을 자국 영토의 일부로 간주하고 있으며, 대만 정부를 지방 정권처럼 다루고 있다. 중국 정부의 논리대로라면 대만 해협에서의 군사 훈련이나 섬 전체를 포위하는 작전도 외부 침입을 막기 위한 방어 훈련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는 대만 정부 입장에서는 심각한 군사적 위협으로, 국제적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중국의 목표는 육·해·공군의 첨단화를 통해 대만 해협에서 국지전 발생 시 아시아 지역 주둔 미군과 맞서 싸울 수 있는 전력을 구축하는 데 있다. 이번 7% 증액으로 중국의 국방비는 2450억달러(약 353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한국의 올해 국방 예산인 61조원의 약 6배에 달하는 규모로, 아시아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앞으로 5년 동안 매년 8%씩 국방 예산을 감축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미국 내에서도 시기적절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미국의 국방 예산은 8,500억 달러 수준으로 중국보다 약 3.5배 많은 상황이다. 표면상으로는 중국의 국방 예산이 앞으로 5년 동안 7%씩 증가해도 미국 국방 예산의 절반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의 공식 국방 예산 수치에 대해 대부분의 국가들이 의구심을 품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중국의 실제 국방 예산이 발표된 수치보다 최소 1.5~2배 이상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학계에서는 최대 3배까지 높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추정이 맞다면, 매년 7% 증가율을 유지할 경우 2030년경에는 중국의 실질 국방비가 미국과 비슷한 수준에 도달하거나 심지어 초과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우려를 의식한 듯 미국 국방부는 유럽과 중동 지역 사령부의 예산은 대폭 감축하지만, 아시아 태평양 지역 예산은 전혀 줄이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특히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러시아에 우호적인 노선을 취하며 종전 협상을 추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중국-대만 문제에서도 유사한 접근을 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와 대만의 전략적 가치가 미국에게 다르게 평가된다고 분석한다. 우크라이나는 나토 방위선 내부에 있는 국가가 아니며, 미국이 얻을 수 있는 특별한 전략적 자원이나 이점이 상대적으로 적다. 또한 러시아는 미국의 국가 안보 전체를 위협할 정도의 세력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반면 대만은 첨단 반도체 생산 기지로서, 이곳이 적성 국가에 넘어갈 경우 미국은 산업적 측면뿐만 아니라 군사용 반도체의 90% 이상을 의존하고 있는 안보 측면에서도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따라서 대만은 미국에게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전략적 요충지로 평가된다.
또한 중국은 러시아와 달리 인구, 자본 규모, 경제력(세계 2위), 빠르게 성장하는 군사력 등에서 미국에게 실질적인 위협으로 인식된다. 중국은 현재 억제하지 않으면 미국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이자 적대국이 될 가능성이 높은 나라로 여겨지고 있다. 따라서 대만 문제는 우크라이나 문제와 달리 미국이 쉽게 양보하거나 타협할 수 없는 사안으로 판단된다.
미국은 국방비 감축에도 불구하고, 유럽과 중동 지역에 배치된 군사력을 아시아 지역으로 재배치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대중국 포위망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바이든 행정부부터 추진되어 왔으나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전쟁으로 지연되었던 계획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두 전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듦에 따라 미군의 아시아 지역 이동을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2027년경 중국이 대만에서 국지전이나 군사 도발을 일으킬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국방비 감축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전체 군사력 중 60~80%가 아시아 지역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어 중국이 느끼는 군사적 압박은 오히려 강화될 전망이다.
이러한 미국의 전력 재배치는 미·중 간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한반도 안보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2027년은 불과 2년 남짓 남은 시점으로, 향후 미국은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동맹국들에게 지역 방위 전략과 관련해 더 많은 참여와 역할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 입장에서는 중국의 대만 침공 시나리오와 관련한 지역 안보 상황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주한미군 문제와 방위비 분담 등 한미 동맹의 핵심 사안들이 이러한 지역 안보 구도 변화 속에서 재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향후 한국은 미·중 간 군사적 긴장 고조 속에서 자국의 안보 이익을 지키기 위한 전략적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에 놓여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마예나 PD sw93ye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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