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미국이 이라크의 이란산 에너지 수입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란이 미국과의 대화를 거부하자 군사적인 방식이나 협상이 아닌 경제 제재로 방향을 틀어 이란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란의 핵프로그램 폐기를 두고 양국 간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간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9일(현지시간) AP·AFP·알자지라방송 등에 따르면 전날 미국 국무부는 이란산 에너지 수출입 제재와 관련해 이라크에 부여하던 면제 혜택을 더는 갱신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는 "이란은 신뢰할 수 없는 에너지 공급자"라며 "이라크 정부가 가능한 한 빨리 이란 에너지원에 대한 의존을 없앨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이번 결정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지도부에 핵 협정에 대한 협상을 시작하기 위해 서한을 보냈다고 밝힌 지 이틀 후 내려진 조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이란과 평화 합의를 맺길 희망한다며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에게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8일 테헤란에서 열린 라마단 회의에서 "겁박하는 강대국의 협상 요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진정한 시도가 아니라 자기 요구사항을 관철하려는 시도일 뿐"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거절한 것이다.
미국 국무부는 이란산 에너지 수입 제재 방침을 발표하면서 이란에서 수입되는 전기가 이라크 소비량의 4%에 불과하다고 언급했다. 이라크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미국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이번 제재가 이라크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라크는 이란산 전기에 이어 가스 수입마저 끊길 경우 전기 에너지의 30% 이상을 잃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라크 전기부 대변인인 아흐마드 무사는 "가스 수입마저 금지된다면 이라크 전력 에너지의 30% 이상을 잃게 될 것"이라며 "따라서 정부는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제재에도 이란은 이날 자국 핵프로그램과 관련해 미국과 대화할 여지를 두면서도 핵프로그램의 완전한 폐기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란 주유엔 대표부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성명을 올려 "협상의 목적이 이란 핵프로그램의 잠재적 군사화에 대한 우려를 해결하는 것이라면, 이런 논의는 고려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적었다.
다만 "이란의 평화적 핵프로그램을 해체해 '오바마가 달성하지 못한 것을 달성했다'고 주장하려는 목적의 협상은 절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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