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미국이 전 세계 무기 시장에서 차지하는 수출 비중이 43%에 달한다는 스웨덴 싱크탱크 조사 결과가 나왔다. 3년 전인 2022년 러·우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의 자국 내 수요로 무기 수출이 줄어든 데다 유럽 수요가 늘면서 미국 비중이 는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도 10대 무기 수출국에 올랐다.
스웨덴에 있는 비영리 싱크탱크인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10일(현지시간) 발간한 '국제무기거래 동향, 2024' 보고서에서 최근 5년간(2020~2024년) 미국이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무기 수출 점유율이 43%로 직전 5년간(2015~2019년)의 35%보다 8%포인트 늘었다고 밝혔다. 2위인 프랑스(10%)와도 4배 넘는 격차를 보인다. 같은 기간 러시아의 무기 수출은 급감해 약 8%(3위)로 후퇴했다.
미국산 무기가 가장 많이 수출된 지역은 유럽(35%)으로, 이는 20년 만에 중동(33%)을 처음 제친 것이라고 보고서는 짚었다. 다만 단일 국가 기준으로는 사우디아라비아(12%)가 미국의 가장 큰 '고객'이었으며, 우크라이나(9.3%)·일본(8.8%)이 뒤를 이었다.
최다 무기 수입국은 우크라이나로 나타났다. 우크라이나의 무기 수입량은 이전 5년간에 비해 100배 가까이 증가해 세계 1위에 올랐다. 이는 전 세계 무기 수입량의 8.8%를 차지하는 규모다. 특히 2022년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뒤 최소 35개 국가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보낸 것으로 집계됐다. 2020~2024년 우크라이나에 공급된 무기 중 미국산이 45%로 가장 많았고, 독일(12%), 폴란드(11%) 등이 뒤를 이었다.
SIPRI의 선임 연구원인 피터 웨즈만은 러시아의 무기 수출 감소에 대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의 자체적인 무기 수요가 늘었고, 서방의 무역 제재로 러시아산 생산 및 판매가 더 어려워졌다고 이유를 분석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위협이 커지고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미국과의 관계가 경색하면서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은 유럽 산업을 강화하려는 조처를 해왔지만 "미국과 유럽의 무기 공급 관계는 깊은 뿌리를 갖고 있으며, (유럽의) 미국산 무기 수입은 오히려 증가했다"고 짚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이 같은 통계가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종전 압박을 가하는 상황에서 나왔다고 짚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군사 지원에 대해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여러 차례 주장한 바 있다. 또 이를 위해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핵심 광물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광물 협정 체결 당위성을 역설해왔다.
이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군사 지원에 대한 주장에 반박하며 "우크라이나 전쟁 대응을 위해 미 의회가 승인한 1740억달러의 미국 자금 중 상당 부분이 실제로는 미국 방위산업체로 흘러갔다"고 맞섰다.
한편 한국의 경우 최근 5년간 전 세계에서 10번째로 무기를 많이 수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 세계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1%에서 2.2%로 증가했다. 한국의 3대 무기 수출 대상국은 폴란드(46%), 필리핀(14%), 인도(7%)였다.
같은 기간 한국의 무기 수입량은 이전 5년에 비해 24% 하락해 세계 무기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3.4%에서 2.6%로 줄었다. 순위로는 세계 12위를 기록해 지난해 순위(9위)보다 3계단 하락했다. 다만 보고서는 "중국, 북한과의 긴장으로 일본과 한국이 군사력을 확장하고 있다"며 "미국은 일본의 무기 수입의 97%, 한국의 86%를 차지하는 등 두 나라의 주요 무기 공급국이었다"고 덧붙였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최신순
추천순
답글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