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미국과 중국 간 관세 및 무역 협상이 양측의 극명한 견해차로 교착 상태에 빠졌다고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對)중 관세 부과 이유로 든 펜타닐 문제에 대한 양측의 의견이 다르며, 외교에 대한 접근 방식도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양측 협상 대표단이 접촉했지만, 중국 관리들은 미국이 관세 철폐를 위해 중국이 펜타닐 문제와 관련해 취해야 할 구체적 조치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은 중국의 주장을 부인하며 셰펑 주미 중국대사 등 워싱턴의 외교관들을 통해 중국 측에 보낸 메시지를 지적했다. 소식통은 이 메시지에 중국에 멕시코로의 마약 생산 화학물질 발송을 중단하고, 밀수업자에 대한 사형을 집행하며,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1면에 펜타닐 거래를 규탄하는 기사를 게재하도록 명령할 것을 요청하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이 같은 양측의 의견 불일치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간 외교 방식의 근본적인 불일치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각국 지도자들과 직접 전화하며 논의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캐나다, 멕시코와도 이 같은 방식으로 관세 협상을 했다. 반면 중국은 통상적으로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기 전 세부 사항을 미리 조율하는 방안을 선호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기 직전인 지난 1월17일 전화 통화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취임 후에도 시 주석과 통화한 적 있다고 밝혔다.
이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르면 다음 달 미·중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는 6월 첫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놓고 논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다만 블룸버그는 백악관을 잘 아는 소식통을 인용해 현재 미·중 정상 간 대면 회담 계획은 없다고 했다.
이 같은 양국의 외교 접근 방식 차이 때문에 관세 협상은 엇박자를 보인다. 블룸버그는 중국이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때처럼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과 마이크 왈츠 미 국가안보보좌관 간 소통 채널을 구축하는 방안을 선호한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왕 주임이 유엔 회의차 미국 뉴욕을 방문했을 때 트럼프 행정부에서 아무도 접촉하지 않았는데 중국은 이를 중요한 비공식 대화 채널을 놓친 것으로 여긴다.
중국 외교부에 정책 자문을 맡는 우신보 중국 푸단대 미국연구센터 소장은 신뢰할 수 있는 소통 경로를 구축하지 못하면서 중국 당국 내에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팀은 아직 중국에서 뭘 얻고 싶은지 구체화하지 못했다"며 "일관된 정책이 없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시 주석이 관료들에게 침착한 대응을 주문하면서 미국산 농축산물에 보복 관세를 부과해 전략적으로 대응했지만 중국의 인내심이 시험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전임 바이든 행정부와 협력한 몇 안 되는 분야 중 하나인 펜타닐 무역 근절 노력이 인정받지 못해 불안해하고 있다고 했다.
다웨이 중국 칭화대 국제안보전략센터 소장은 중국이 불법적으로 펜타닐 전구체를 생산하는 기업과 개인에 사법 조치를 취할 의향이 있지만, 미국이 구체적인 증거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 중국은 펜타닐에 대한 미국의 접근 방식을 매우 일방적이라고 보고, 소비 문제도 해결하고 싶어한다고 덧붙였다. 소비 문제를 다루지 않으면 중국이 수출을 중단해도 다른 국가들이 그 빈틈을 메운다는 것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시점도 부정적인 신호로 해석했다. 미국은 중국의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앞두고 두 번째 10%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은 중국과의 회담에서 펜타닐,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체결한 무역 협정의 이행, 미 중부에 일자리를 창출하는 투자, 세계 무역에서 달러 패권 강화,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지원 등을 다루고 싶어할 전망이다. 또 중국의 숏폼(짧은 동영상) 플랫폼 틱톡 매각도 의제에 포함될 수 있다.
한 관계자는 중국이 에너지와 농업을 포함한 미국산 수입품 구매를 확대하거나, 미국 제조업에 투자하거나, 서비스 산업을 미국에 개방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카드를 보여줘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닐 토마스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백악관 회동을 예로 들며 "중국 외교관들은 그들의 지도자에게 그런 굴욕이 닥치지 않을 것이라는 철통같은 보장을 원할 것"이라며 "시 주석이 가장 원하지 않는 것은 공개적으로 공격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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