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아르헨티나의 축구 스타 디에고 마라도나가 의료진의 미흡한 대처로 사실상 살해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미필적 고의에 인한 살인으로 기소된 의료진들의 첫 공판이 열렸다. 마라도나의 팬들은 법정 밖에서 피고인들을 엄벌에 처해달라고 외치기도 했다.
1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일간 라나시온 등에 따르면 이날 부에노스아이레스주 산이시드로 3형사법원은 2020년 마라도나의 치료를 담당했던 의료진 7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파트리시오 페라리 산이시드로 지방검찰청 검사는 마라도나가 사망 직전 침대에 누워 있던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속 그의 입에는 튜브가 매달려 있었으며, 배는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있었다.
페라리 검사는 "우리는 마라도나를 희생자로 둔 범죄의 한 장면을 보고 있다"며 "피고인들은 마라도나의 집에서 공포의 극장을 연출한 공모자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고인이 된 그가 받은 치료는 전례가 없을 만큼 재앙적이고 무모했다"며 "그 누구도 각자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앞서 마라도나는 2020년 11월 뇌수술을 받고 자택에서 회복하던 중 심부전과 급성 폐부종으로 인해 숨을 거뒀다. 검찰은 1년간 수사를 진행하며 마라도나를 치료하던 의료진들이 제대로 된 조처를 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마라도나가 위독하다는 징후가 무시됐으며, 그는 최소 12시간 동안 극심한 고통을 겪었을 것"이라는 의료 전문가 위원회의 소견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피고인 측 변호사들은 "치료 방식과 형태는 모두 마라도나의 가족과 협의해 진행됐다"며 고의적인 살인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날 법정 밖에서는 마라도나의 팬들이 "정의 구현"을 외치며 피고인들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기도 했다. 일부 팬들은 선수 시절 마라도나의 백넘버인 10과 신을 뜻하는 스페인어 'Dios'를 적은 피켓을 들어 보였다. 매체는 피고인들의 유죄가 인정된다면 형량은 최대 25년이며, 채택된 증인의 규모(120여명)를 고려할 때 변론 절차는 향후 4~5개월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정예원 인턴기자 ywj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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