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일본이 미국산 쌀에 700% 관세를 적용하고 있다며 일본을 정조준했다. 하지만 '한국의 대(對)미 관세가 미국보다 네 배 높다'고 주장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처럼 이번에도 사실확인을 거치지 않았다. 4월2일 예고된 상호관세 부과를 앞두고 이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밑밥 깔기'로 풀이된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11일(현지시간) 미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고율관세를 부과하는 국가와 품목을 거론하며 "일본을 보라. 미국산 쌀에 700% 관세를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에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신문)은 12일 미국이 인용한 숫자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닛케이신문은 일본이 미국 쌀 일정량을 무관세로 수입하는 구조를 고려하지 않았고, 관세율도 10년 전 낡은 자료를 기준으로 추산했다고 지적했다. 현재 일본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따라 77만t의 최소시장접근(MMA) 물량을 무관세나 낮은 관세율로 수입하고 있다.
닛케이신문은 또 700%라는 관세율의 경우 일본 농림수산성이 시세 변동 등을 고려해 실질 관세율을 조정하기 전 숫자일 것으로 추정했다. 일본 농림수산성은 지난 2013년 시세 변동 등을 반영해 미국산 쌀에 대한 실질 관세율을 280%로 고쳤다. 다만 국제시세 변동에 따라 이 관세율은 달라질 수 있는데 이를 고려해도 실질관세율은 400% 수준일 것으로 예상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뻥튀기 화법'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첫 의회 연설에서 한국의 대미관세가 미국보다 네배 높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발언이 나오자 우리 산업통상자원부는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2024년 기준 대미 수입품에 대한 실효 관세율은 0.79%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실효관세율이란 전체 대미 수입액에 관세수입을 나눈 세율이다.
특정국가를 지목해 사실확인을 거치지 않은 트럼프 행정부의 무대포식 비난이 상호관세 부과를 앞두고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포석이란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2일 각국의 관세 비관세 장벽 등을 모두 고려해 이에 상응하는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무기로 상대국을 흔드는 협상이 효과를 보이는 만큼, 계산기를 두드려 본 뒤 특정국가를 향해 추가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고율관세 부과 국가로 한국, 일본, 캐나다, 인도 등을 콕 집어 언급한 바 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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